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가 주식과 리서치 부문 등의 사업을 접는다. 사실상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퇴장을 선언한 것이다. 이와 함께 2000명 이상의 감원, 4억 달러(약 4300억원)가량의 비용 절감에 나선다고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단 전환사채와 파생상품 사업은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SC는 이날 성명을 통해 그간 수익성이 악화된 주식사업부를 철수하면서 먼저 직원 200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우선 1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은행은 전망했다.
SC는 지난 3개월간 주요 도시의 소매 은행을 디지털화하면서 약 2000명을 감원하고 지난해 하반기에는 22개 지점을 폐쇄했다. 앞서 스탠다드차타드는 80~100개 지점을 폐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회사는 올해 추가로 2000을 감원할 계획이다. 구조조정의 상당 부분은 아시아에서 이뤄지게 된다. 그중 홍콩에서 가장 많은 인원이 감축될 것으로 보이며 한국과 인도네시아 싱가포르도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영국계지만 그간 아시아에 사업 역점을 뒀다. 이 은행은 전체 1600여개 지점 중 아시아 전역에 900개 이상을 두고 있으며, 해당 지역에서 수익의 75% 상당을 거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경제가 전반적으로 경기 둔화를 겪는데다 악성 대출에 대한 비용이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비용 증가 등으로 말미암아 지난해 3분기 세전 이익이 15억3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감소했다. 회사 주가는 지난 12개월간 26%가 빠졌다. 이는 ‘블룸버그 유럽 500은행지수’에 속한 45개 은행 가운데 가장 최악의 성적이다.
이번 구조조정은 피터 샌즈 스탠다드차타드 최고경영자(CEO)의 8년간 재임 기간 중 최대 규모다. 그는 사업성이 떨어진 사업을 과감히 포기하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에 통신은 2년간의 부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치란탄 바루아 샌포드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이번 결정은 투자자들을 설득할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면서 “당장 실적이 오르거나 자본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은행에 펀더멘털적 부담은 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