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수리하다 '슬쩍' 금괴 60억 발견…"완전범죄 될 뻔 했는데"
영화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 죽은 남편이 숨긴 60억원 상당의 금괴가 뒤늦게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놀라운 건 이 금괴와 얽힌 사연이다. 고액의 금괴인 만큼 배신의 배신을 거듭하며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갔다.
60억원 어치의 금괴의 존재가 처음 알려진 건 지난 8월 19일이다. 인테리어 작업공 조모(38)씨는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소재 사무실에서 붙박이장을 뜯어내다 작은 나무 상자를 발견했다. 조씨는 동료 인부 2명과 함께 나흘 전 화재로 타버린 사무실 내부를 수리하던 중이었다.
라면상자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나무 상자를 열자마자 조씨와 동료들은 눈을 의심했다. 눈앞에 시가 60억원 상당의 금괴 130여개가 번쩍이고 있었다. 이 금괴는 집주인 김모(84·여)씨의 죽은 남편이 은퇴 후 증권수익 등으로 모은 재산을 금괴로 바꿔 사무실 붙박이장 아래에 보관해온 것이었다.
조씨와 동료들은 처음엔 경찰에 신고할지 말지 갈등하며 옥신각신했다. 결국 이들은 130여개의 금괴 중 한 사람당 한 개씩만 꺼내 가진 뒤 나머지는 그대로 제자리에 넣어두고 신고는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욕심이 생긴 조씨는 밤이 깊어지자 동거녀 A씨와 함께 오전에 작업했던 사무실에 몰래 들어가 낮에 넣어둔 나머지 금괴를 전부 훔쳐 달아났다.
재밌는 건 정작 김씨 가족들은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단 점이다. 결국 이들만 입을 맞췄다면 완전범죄가 될 뻔했다. 그러나 조씨의 범행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허점을 드러내며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조씨가 동거녀 A씨와 헤어진 뒤 새로운 애인과 함께 금괴를 들고 도망가버리자 함께 금괴를 들고 나왔던 전 동거녀 A씨가 심부름센터 직원에게 조씨를 찾아줄 것을 의뢰했고, 센터 직원이 경찰에 이 사실을 제보한 것이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조씨와 나머지 인부들, 금괴를 매입한 금은방 업주 등 총 7명을 검거하고 19억원 상당의 금괴 40개와 현금 2억2500만원 등을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은 아버지가 금괴를 숨겨 놨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범인을 잡지 못했다면 완전범죄가 될 수도 있는 사건이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