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중 처음으로 내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한다. 업계는 제주항공이 상장 차익으로 마련하는 2000억원을 새로운 성장동력을 준비하는 데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1일 항공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제주항공 상장 주관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우리투자증권을 선정해 상장 작업에 나섰다. 상장은 신주를 20% 발행하고 최대주주 등이 가진 구주 일부를 매출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업계는 이르면 내년 3월께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제주항공 기업가치가 5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그룹은 제주항공 상장을 통해 2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내년 상장으로 유입되는 현금을 투자나 인수·합병(M&A)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제주항공은 2005년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의 자회사로 설립됐다. 올 3분기 말 현재 AK홀딩스가 69.61%, 애경유지공업이 16.62% 등 애경그룹이 86.23%의 지분을 갖고 있다. 제주항공은 2005년 설립 이후 2010년까지 적자에 허덕였다. 이에 애경그룹이 무모한 도전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많았다. 그럼에도 애경그룹은 같은 기간 제주항공이 자본잠식 상태에 이를 때마다 수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1100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제주항공이 변화하기 시작한 건 2010년 하반기부터다. 제주항공은 이듬해인 2011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각각 168억원, 53억원, 194억원, 169억원 등 4년 연속 순이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7개 국적 항공사 중에서 제주항공은 3분기 말 기준 국내선과 국제선 시장 점유율이 각각 15%, 6%로 국내 항공업계 ‘빅3’로 성장했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외형이나 디자인보다 본질에 충실한 저가 소비 성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 효과다. 애경그룹은 제주항공을 그룹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2018년 매출 1조원을 목표로 삼았다.
한편, 항공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의 상장을 계기로 내년에 LCC의 증시 입성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장 2호로는 에어부산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으며 진에어도 상장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