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미국과 일본 통화정책 변화에 이틀간 20원 넘게 폭등했다.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13.0원이나 오른 1068.5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이처럼 큰 폭으로 오른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양적완화 축소를 단행한 지난 2월 3일(달러당 14.1원 상승)이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는 일본은행이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깜짝’ 추가 양적완화를 결정한데 따른 것이다. 교토통신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1년간 매입하는 자산을 현재의 약 60~70조엔에서 80조엔으로 늘려 시중 자금량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달러·엔 환율이 큰폭으로 올랐고 원·달러 환율도 이에 연동돼 급등했다.
달러·엔 환율은 이날 111.25엔까지 올랐다. 달러 대비 엔화의 가치가 2008년 1월 이후 6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낸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에도 8.2원 급등 마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통화정책회의에서 시장 예상보다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입장을 나타낸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월·달러 환율은 양일간 21.2원이나 뛰었다.
선진국의 양적완화 조치에 한국 외환시장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으로 이틀 연속 요동을 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외환시장의 변동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일본 양적완화로 엔저가 우려된다”며 “미국 양적완화 종료와 일본의 양적완화 확대 등 각국 통화정책 차이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홍석찬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매파적으로 선회한 미 연준,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 등으로 글로벌 달러 강세가 고조되면서 앞으로 월·달러 환율은 상방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당장 다음주에는 월·달러 환율이 1070원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높으며 다음달 월·달러 환율 범위는 기존보다 10원가량 더 높은 1050~1085원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더군다나 월·달러 환율 상승세에 대해서는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높지 않아 변동폭이 더 확대될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홍 연구원은 “외환당국이 원·엔 환율이 하락한 것에 대해서는 비교적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설 수 있겠으나 원·달러 환율의 상방 변동성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아 월·달러 환율은 더 가파르게 오르막길을 걸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엔 재정환율은 이날 한때 100엔당 950원대로 떨어져 지난달 26일(958.73원) 이후 한 달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내기도 했다. 원·엔 재정환율은 이날 오전 5시 47분 현재 8.48원 하락한 100엔당 960.71원을 기록했다.
이밖에 유럽중앙은행(ECB)도 조만간 추가 양적완화에 돌입할 가능성이 제기돼 외환시장 불확실성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ECB가 유로 경기 부양을 위해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전례 없이 확대하고 있지만 결국 미국과 일본처럼 국채까지 사들이는 완전한 양적완화를 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