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일이] "누가 봐도 아닌데…" 태권도 품새 대회 승부조작

입력 2014-10-30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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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아니라고 뻗대려고 했는데 도저히 부인을 못 하겠네요. 맞습니다. 승부조작 했습니다."

경찰에 불려온 태권도 심판 이모(45)씨는 수사관이 보여주는 경기 동영상을 보고 나서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작년 7월 열린 '제4회 전국 추계 한마음태권도 선수권대회' 고등부 품새 단체전 시합에서 벌어진 승부조작 사건의 전모를 실토했다.

이씨를 '한 방'에 무너트린 이 동영상에는 4강전에서 경합한 두 팀의 '금강' 품새 장면이 담겨 있었다.

먼저 품새를 한 팀은 태권도를 잘 모르는 일반인이 봐도 흠잡을 데 없는 절도 있는 동작을 보여줬다. 하지만 뒤이어 나온 팀은 한 선수가 외발로 서는 동작에서 중심을 잃고 들었던 다리를 내려놓는 등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판정에 나선 다섯 명의 심판은 일제히 뒷팀의 승리를 뜻하는 홍 깃발을 번쩍 들었다. 심판 다섯 명의 깃발을 많이 받는 팀이 이기는데 5대 0 판정이 난 것이다.

당장 진 팀의 코치가 나와 격렬하게 항의했다.

"동작이 제대로 안 되는데 어떻게 이겨! 김 전무 아들이면 이렇게 해도 돼?"

승리한 팀에는 서울시태권도협회 김모(45) 전 전무의 고교 3학년생 아들(19)이 있었다. 이긴 팀 학생들도 판정 결과에 어리둥절한 표정이 역력했다.

김 전 전무는 작년 5월 전국체전 고등부 서울시 태권도 겨루기 대회 승부조작을 주도한 혐의로 최근 입건된 인물이다. 이후 협회 사무국장으로 직급이 내려갔지만 여전히 협회에 남아 있다.

경찰 수사 결과 김 국장의 측근으로 당시 대회를 주관한 단체의 겨루기 심판 부의장인 또 다른 김모(62)씨가 품새 담당 심판 부의장인 전모(61)씨에게 승부 조작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씨는 대회 직전 다섯 명의 심판을 불러 "김군 팀이 이기게 하라"고 다시 지시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자 심판들은 순순히 혐의를 시인했다.

심판 서모(40)씨는 "깜빡하고 상대팀을 뜻하는 청 깃발을 들려다 다른 심판들이 모두 홍 깃발을 드는 것을 보고 급하게 깃발을 바꿨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4강전을 통과한 김군 팀은 결승전에서 같은 학교 2학년 후배들로 구성된 팀과 겨뤄 우승했다. 당시 팀에 있던 선수 4명 중 김군은 이 대회 우승 실적을 포함해 다른 대회 실적을 내세워 대학에 진학했고, 나머지 2명은 순전히 이 대회 우승 실적만으로 대학생이 됐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승부조작을 지시한 혐의(업무방해)로 심판 부의장 김씨와 전씨를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들은 "김 국장은 전혀 개입하지 않았고 스스로 판단해 승부조작을 지시했다"고 완강히 주장해 김 국장의 혐의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심판 5명은 단순히 지시를 따른 것으로 보고 대회 주최 단체에 비위 사실을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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