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연장 사고 잔혹사 - 최두선 문화부 기자

입력 2014-10-2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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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10월, ‘아시아송 페스티벌’이 열린 대구스타디움에는 3만7000여 좌석이 모두 매진됐다. 질서가 깨지는 데는 불과 5분도 걸리지 않았다. 무대 중간 폭우가 쏟아지자 객석은 아수라장이 됐다. “여러분의 안전이 우선이다. 자리에 돌아가 앉아 달라”는 말만 되풀이한 MC 전현무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17일, 16명의 사망자를 낸 판교 공연장 대참사를 보면서 우리 공연 문화의 안전 현주소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사고 후 권은희 새누리당 대변인은 “정부는 안전에 관한 매뉴얼, 법, 규정 등을 하루 빨리 정비하고 철저한 안전교육으로 만전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 대응이다. 생명이 걸려 있는 안전문제에 대해 예방은커녕 무마하기에 급급하다.

반복되는 사고에도 뚜렷한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희생자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배가시킨다. 지난 1992년 뉴키즈 온더 블록 공연장에서 60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건, 1996년 MBC ‘별이 빛나는 밤에’ 공개방송에서 관객이 몰리며 1명의 사망자를 낸 사건, 11명의 사망자와 162명의 부상자를 낸 2005년 ‘가요콘서트’ 사건 등 공연 안전사고 잔혹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야외 공연에 대한 안전 매뉴얼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다. 안전 불감증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연 문화의 주체인 관객 스스로의 안전 불감증도 재점검이 필요하다.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감상할 권리는 안전에 대한 의무가 선행됐을 때 가능하다. 철저한 안전규정 준수, 타인에 대한 양보 등 기본에 충실 하는 것만이 스스로의 안전을 확보하는 가장 큰 지름길이다. 안전 불감증은 생명과 직결된다. 우리 사회는 이를 직접 경험해왔다. 더 이상 안타까운 사고가 반복되어선 안 된다. 세월호 참사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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