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원희룡 지사의 정치 과잉

입력 2014-10-1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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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호 경제국장 겸 정치경제부장

원희룡 제주지사는 필자 같은 386에겐 작지만, 진한 희망과 동의어다. 대입학력고사 전국 수석, 서울대 수석 입학, 사법고시 수석 합격 등 대한민국 3대 수석이란 화려한 이력을 업고 자신의 영달에 ‘무한 함몰’할 수도 있었지만, 대학 땐 오롯이 소외된 노동자를 위해, 정치인이 된 후엔 엄청난 권력을 향해 바른 소리 세례를 흠뻑 퍼부으며 올곧게 살아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사가 된 이후에도 여전히 386 감성을 꿋꿋이 고수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그에 대한 생각은 철저히 부서졌다.

이쯤 되면 아마 독자들도 도대체 뭔 일 때문에 이 자가 이렇게 열 받았는지 궁금할 것이다. 필자의 내면을 살짝 들춰내 고백한다면 그 분노는 바로 행정가로서 원 지사의 행보와 관련이 있다. 제주시장 임명 과정에서 ‘삼수’를 자초하는 시행착오를 저지른 것은 물론이고 외국자본에 대해 급제동을 거는 방식과 태도에서까지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제주를 지키려는 원 지사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건 아니다. 지금 제주는 가히 패닉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 중국 자본과 중국 관광객이 물밀듯이 밀려오면서 제주 전체가 공사장을 방불케 한다는 보도는 육지에 사는 필자가 볼 때도 우려할 만하다. 중국 자본과 중국 관광객이 넘쳐나지만 실질적으로 제주 경제 발전으로 이어지는 효과가 미비할 뿐 아니라 특히 카지노를 앞세운 중국 거대 자본이 제주의 자연을 훼손하고 지역 사회를 초토화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십분 공감이 간다.

그런 점에서 중국 자본에 대해 제주의 미래 발전에 진정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옥석을 가려야 하고, 국제 수준의 기준을 마련해 그 이익을 제대로 환수하자는 그의 생각 역시 박수를 보낼 만하다.

하지만 아무리 목적이 좋아도 방법이 잘못되면 뜻한 바를 이룰 수가 없다. 원 지사는 중국자본 전체를 투기자본처럼 몰아가는 우를 범했다. 지금 중국 투자자로서는 마치 일렬종대로 세워져서 원 지사 앞에서 검열을 받는 듯한 느낌을 받을 만도 하다. 중국 언론과 중국 정부도 이 때문에, 특히 드림타워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듯하다.

제주도에 따르면 드림타워는 2007년 7월 세계적인 국제자유도시로 발돋움하고자 확정·발표한 ‘2025년 제주광역도시계획’에 기초해 ‘역동적인 스카이라인을 가진 랜드마크’로 구상된 건물이다. 급격한 인구 증가에 따른 도시화 압력과 국제자유도시로 개방을 앞둔 제주도의 선택이었던 것이다. 덕분에 높이는 218m로 결정됐다. 이후 2009년 5월 4일 획득한 건축허가 기준도 높이 218m, 용적률 984%, 연면적 31만3479㎡였다.

그런데 원 지사는 5년 전 건축 허가 사항인 드림타워의 높이를 인정할 수 없으며 이를 대폭 낮추지 않으면 사업을 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사업자는 높이를 낮출 경우 사업성을 확보할 수 없고, 이 경우 녹지그룹과의 계약을 유지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원 지사와 사업자가 가히 치킨게임을 벌이는 양상이다.

행정가는 원래 상황을 풀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이걸 배배 꼬이게 했으니 그는 행정가로서 ‘0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더구나 그는 제주를 찾은 투자자와의 약속을 파기했다. 행정의 기본 원칙인 신뢰를 깨버린 것이다. 도지사가 바뀐다고 해서 5년 전 건축허가가 난 사항까지 입맛대로 변경한다면 과연 어떤 투자자가 제주를 찾을 수 있을까. 당장 녹지그룹이 떠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제주도민의 몫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우리처럼 정치가 넘쳐나는 나라는 없다. 정치가 입법, 사법, 행정 위에 군림하고 있다. 민주적 절차는 제쳐두고 걸핏하면 머리띠를 매고 메가폰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가 집단행동과 대중 정서를 선동하는 게 우리 정치다. 지금 원 지사가 보여주는 태도 또한 행정가가 아니라 정치인의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행정의 신뢰성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행정도 정치적으로 풀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원 지사다. 행정상 특혜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냉정한 감사를 통해 바로잡으면 되고 범법 행위가 있다면 사법체계를 통해 해결할 문제이지 정치가 풀어줄 문제가 아니다.

원 지사는 이제 행정가로서 합리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그리고 주민들도, 필자도 두 눈 부릅뜨고 그의 변화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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