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SSAT와 거리두기’ 삼성의 고민

입력 2014-10-1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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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성 산업부 기자

“솔직히 SSAT는 그냥 한 번 응시해 봤어요. 안 붙으면 그만이고, 붙으면 좋은 거죠.”

지난 12일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시험장에서 만난 한 응시생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이야기다. SSAT는 이제 더는 ‘삼성바라기’만의 시험이 아닌지 오래됐다.

삼성은 누군가에게 간절히 얻고 싶은 명함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의 대상이기도 하다. 이 때문일까? 매년 수능시험 원서 접수자(64만여명)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0만명에 이르는 응시생들이 SSAT를 보고 있다.

지난 20년간 삼성은 일정 수준을 갖춘 지원자가 시험을 볼 수 있는 ‘열린 채용’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공채 지원자가 20만명을 넘어서고, 사설 과외까지 등장하는 등 여러 사회적 비용이 발생했다. 또 삼성은 수십곳에 달하는 고사장을 섭외해야 하고, 수백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은 서류전형을 부활시키는 등 채용제도를 개편하는 다양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삼성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창의적인 인재를 선별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최근 만난 삼성의 고위관계자는 “SSAT를 시행하면서 외우고 문제집을 달달 공부한 학생이 많이 뽑히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삼성이 추구하는 다양성이 훼손되고 획일화된 신입사원만으로 구성될까 사실 걱정이 된다”고 토로했다. 회사는 직접 몸으로 부딪치고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는 다양한 대학생활을 경험한 인재를 원하는데, SSAT만으로는 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올해 초 삼성이 대학총장 추천제로 채용제도를 개편하려 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당시 대학, 정치권, 시민단체, 네티즌들 모두가 거세게 반발하면서 삼성의 실험은 불발에 그쳤다.

이번만큼은 삼성의 뜻대로 하게끔 지켜보는 것은 어떨까. 채용 과정에서 차별과 특혜만 없으면 된다. 기업 스스로 채용의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는 것. 삼성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또 다른 방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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