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듭달(한 해의 끄트머리 달을 뜻하는 순우리말)엔 구세군의 빨간 냄비와 딸랑거리는 종소리를 들으며 이웃을 돌아보는 따뜻한 마음도 필요하다. 바쁘다, 바쁘다 하다 보니 어느새 한 해의 끝자락이다. 2019년의 삼백예순 날이 다 빠져나간 달력을 보며 ‘아니 벌써’ 아쉬움이 남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터. 차가운 바람은 야속하게도 남은 날들마저도 휙 쓸고 가려는 듯...
사랑하는 사람과 끊임없이 생각을 나누며 살아가는 것이 결혼일 터. 예식이 화려하든 소박하든, 혹은 예식을 치르지 않더라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함께 살자”라는 약속은 축복이다. 그러니 그 엄청난 소식은 기계가 아닌 사람에게 알려야 한다.
우리말을 살펴봐도 삶에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수 있다. ‘살다’와 ‘사람’은 어원이 같다. 우리 선조들은...
군계일학(群鷄一鶴), 백미(白眉) 등의 한자말을 대신할 수 있는 아름다운 순우리말이다.
머드러기를 뺀 나머지는 ‘지스러기’이다. 골라내거나 잘라내고 남은 것을 말한다. 알뜰한 우리네 어머니들은 지스러기조차도 갈무리한다. 그 본보기가 ‘덤불김치’이다. 무의 잎과 줄기, 또는 배추의 지스러기로 담근 김치이지만 그 맛은 아주 좋다. 하지만 사람 지스러기는...
“추석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 온 식구가 모여서 송편 빚을 때/ 그 속 푸른 풋콩 말아넣으면/ 휘영청 달빛은 더 밝어 오고/ 뒷산에서 노루들이 좋아 울었네.// 저 달빛엔 꽃가지도 휘이겠구나!/ 달 보시고 어머니가 한마디 하면/ 대수풀에 올빼미도 덩달어 웃고/ 달님도 소리내어 깔깔거렸네./ 달님도 소리내어 깔깔거렸네.”
미당 서정주의 시 ‘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말과 소리는 같은 의미로 쓰이지만, 우리말에 ‘소리’가 붙으면 대개가 부정적이다. 군소리, 볼멘소리, 허튼소리, 허드렛소리, 오만소리, 갖은소리…. ‘갖은소리’는 쓸데없는 여러 소리라는 뜻과 더불어 아무것도 없으면서 온갖 것을 다 갖춘 듯 뻐기며 하는 말의 의미도 있다. 만약 “쥐뿔도 없는 것이 갖은소리는…”이라는 핀잔을 들은 적이 있다면 반성하시라....
학교 선배인 음악 선생님은 빡빡한 학교 생활에 숨구멍이라도 터 주려는 듯 자연의 아름다움, 사랑·슬픔·그리움의 감정이 담긴 노래들을 부르게 했다.
이탈리아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다는 지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 대화방에 아말피 해안도로에서 찍은 사진을 올렸다. ‘돌아오라 소렌토로’를 배경음악으로 짙푸른 바다, 하얀 요트, 깎아지른...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젊음이 넘치는 해변으로 가요/달콤한 사랑을 속삭여줘요/연인들의 해변으로 가요/사랑한다는 말은 안 해도/나는 나는 행복에 묻힐 거예요/불타는 그 입술 처음으로 느꼈네/사랑의 발자욱 끝없이 남기며….”
1970년대 ‘한국의 비틀스’로 불리며 당대 최고의 밴드로 군림한 키보이스의 ‘해변으로 가요’이다. 50년도 더 지난 노래이지만...
햇볕이 무르익었다. 초복을 지나 중복, 말복이 늘어서 있으니 뜨겁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반갑지 않은 손님 장마까지 찾아온 이맘때면 소화가 잘되고 영양도 만점인 고단백·저지방 음식을 찾는 이들이 많다. 삼계탕·민어탕·장어탕집이 북적거리는 이유일 게다.
나는 날씨가 덥고 습해 입맛이 떨어지면 냉면과 국수가 당긴다. 특히 밀가루와 콩가루를 섞어...
우리말에서 발음이 비슷한 몇 형태가 아무런 뜻 차이 없이 함께 쓰일 때는 그중 널리 쓰이는 한 가지 형태만을 표준어로 삼는다는 원칙이다.
그런데 솔직히 좀 꺼림칙하다. 날름보다 ‘낼름’을 쓴다는 이가 주변에 더 많아서이다. 복사뼈에 밀렸던 복숭아뼈가, 만날에 밀렸던 맨날이, 목물에 밀렸던 등물 등이 언중의 입길에 자주 오르내린다는 점을 인정받아 복수...
‘구비’라는 우리말은 없기 때문이다.
굽이는 동사 ‘굽다’에 접미사 ‘-이’가 붙어서 만들어진 명사이다. 이처럼 동사나 형용사 뒤에 붙어 명사로 만들어주는 ‘-이’, ‘-음/-ㅁ’을 명사화 접미사라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말들은 어간의 원형을 밝혀 써야 한다. 소리 나는 대로 쓸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굽이’는 굽이굽이를 비롯해 굽이감다...
하지만 우리말로 설명할 경우 미묘한 차이가 생길 수 있다며 ‘외계 용어’만을 고집하는 ‘의사 선생’들도 여전히 많다. 생명을 다루는 의사에게 가장 중요한 건 환자와의 소통일 터. 모든 의사가 이것만은 꼭 알았으면 좋겠다. 몸이 아파 서러운 이들과 보호자는 ‘말이 통하는’ 의사를 원한다는 걸. jsjysh@
“기억 왔다 갔다 할 때마다/아들 오빠 아저씨 되어/말벗 해드리다가 콧등 뜨거워지는 오후//링거줄로 뜨개질을 하겠다고/떼쓰던 어머니, 누우신 뒤 처음으로 편안히 주무시네//정신 맑던 시절/한 번도 제대로 뻗어보지 못한 두 다리/가지런하게 펴고 무슨 꿈 꾸시는지…”
시인 고두현이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발을 보고 쓴 ‘참 예쁜 발’이다. 시를 읽고 나니 갑자기...
‘졌잘싸’라는 말이 있다. ‘졌지만 잘 싸웠다’의 줄임말이다. 패했지만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해 만족스러운 수준의 경기를 펼쳤다는 뜻이다. 한국 축구의 경우 멕시코 월드컵 이탈리아전(1986년·2-3 패), 미국 월드컵 독일전(1994년·2-3 패), 한·일 월드컵 4강전 독일전(2002년·0-1 패)을 대표적 ‘졌잘싸’로 꼽을 수 있다.
한국기자협회 축구대회 16강전이 펼쳐진 21일...
저비용·작은 공간으로도 사람들이 ‘함께’ 행복하게 생활하는 것. 2차 세계대전 이후 폐허가 된 도시 재건을 맡은 르 코르뷔지에(1887~1965)의 최대 관심사였다. 고심 끝에 그는 마르세유에 고층 공동주택 ‘유니테 다비타시옹’을 세운다. 340여 가구에 무려 1600명이 살 수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세계 건축사에 ‘아파트의 효시’로 이름을 올린 바로 그 건물이다....
이른 봄에 피는 꽃은 작고 여리지만 향이 강하고 생명력이 넘친다. “꽃밭을 거닐다가 소매 가득 향기를 안고 돌아온다”는 서거정의 시구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닌 게다. 잔설을 밀어내고 고운 꽃을 피워 올리는 기운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참으로 오묘한 생명의 원리이다. 봄이면 터지는 꽃봉오리들에 마음 가득 꽃물이 든다. 분홍빛, 노란빛, 우윳빛, 보랏빛…. 꽃은 언제...
엄마가 변했다. 가족 뒷바라지를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한다면 ‘과거의 엄마’, 사회생활을 하며 자기계발에 힘쓴다면 ‘오늘의 엄마’란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내놓은 ‘트렌드 코리아 2019’ 키워드에는 ‘밥 잘 사주는 예쁜 엄마’가 등장했다. 한 방송사에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제목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패러디한 것으로 달라진 엄마의...
분열, 선열과 같이 받침이 없거나 ‘ㄴ’ 받침 뒤에서는 ‘-열’로 쓰고, 그 밖의 모든 받침 다음에는 직렬, 결렬, 장렬, 행렬처럼 ‘-렬’로 표기한다.
2분 4초. 기업의 인사담당자가 구직자의 입사지원서를 검토하는 데 드는 평균 시간이란다.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를 보려면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을 터. 심각한 실업난에 청년실업률이 꺾일 것 같지 않아 씁쓸하다. jsjysh@
우리말 관련 교육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하지만 원리를 정확하게 깨닫지 못할 경우 누구나 시간이 흐르면 또다시 헷갈리게 마련이다. 그러니 두 단어의 차이를 분명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데’는 ‘더+이’로 이뤄졌다. ‘더’에는 자신의 경험이 담겨 있다. 후배가 받은 메시지의 “오늘 기사 정말 멋지대”는 “오늘 기사 정말 멋지더라”라는 뜻일 터....
감기·독감이 유행인 최근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된 순우리말 ‘개치네쒜’, ‘에이쒜’도 액땜용(?) 감탄사로 볼 수 있다. 재채기를 한 뒤에 이 소리를 외치면 감기가 들어오지 못하고 물러간다고 하니 말이다. 어원을 알기 어렵지만 어감만으로도 충분히 그런 의미가 전달되는 듯하다. 물론 “그깟 감탄사가 감기를 어떻게 물리쳐? 자고로 감기엔 고춧가루 탄 소주가 ‘직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