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문에 ‘공회형제 동기연지’(孔懷兄弟 同氣連枝)라는 말이 나온다. 깊이 아껴주는 형과 아우는 부모에게서 받은 기운이 같으며 나뭇가지처럼 이어져 있으니 서로 사랑하고 아껴주라는 뜻이다.
하지만 세상엔 남보다 못한 형제도 많고, 원수가 된 자매도 흔하다. 신라 향가 ‘제망매가’(祭亡妹歌)에는 ‘한 가지에 났지만 가는 곳을 모른다’는 안타까운 말이...
2012년 대선에서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박근혜 대통령은 그 뒤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면서 개헌에 반대했다. 특히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모든 게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 경제든 뭐든 다 망가진다고 경고했다. 그러던 박 대통령이 24일 국회연설에서 갑자기 개헌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나서니 그 동기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비선실세라는 최순실...
국립국어원이 이달 초 한글날을 앞두고 국민참여형 국어사전 ‘우리말샘’(http://opendict.korean.go.kr)을 개통한 것은 참 잘한 일이다. ‘우리말샘’의 특징은 1)누구나 새 어휘를 올리고 뜻풀이를 수정하는 등 편찬에 참여하는 개방형 사전 2)일상어 지역어 전문용어 등을 담은 실생활어 사전 3)저작권을 설정하지 않아 누구나 정보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사전, 이 세...
이제 노벨문학상만 남았다. 나머지 부문은 다 수상자가 발표됐다. 올해 문학상은 13일 발표된다니 예년보다 더 늦다. 작년엔 10월 8일 수상자가 발표됐는데, 후보자들의 면면이 드러난 게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발표가 늦어지는 이유도 알려진 게 없다.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인들에게 남북통일 못지않은 비원 숙원이다. 아니 통일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점차...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1990년대 어느 정부 부처에는 토요일마다 개고기를 먹으러 다니는 토견회(土犬會)라는 모임이 있었다. 그때는 토요일이 휴일이 아니라 12시까지 근무하는 반공일(半空日)이었다. 12시가 임박하면 토견회의 꾼들은 “멍!” 소리를 신호로 우르르 몰려 나가곤 했다.
나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개고기가 없어서 못...
회의에는 이투데이 박민수 부사장 겸 편집국장, 이투데이 측 독자권익위원인 임철순 주필, 간사 장영환 편집부 부장 대우도 참석했다.
◇‘자본시장 60년을 이끈 거목들’
1월 12일 시작해 8월 30일 연재가 마감된 이 기획은 1956년 이후 성장해온 한국 자본시장을 인물 중심으로 되짚어 본 시리즈 기사다. 위원들은 기획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시리즈의 제목, 인물 선정...
‘안 돼~~~~~~!’
방영 시간 9분인 ‘비상대책회의’에서 김원효는 무려 2200여 글자, 원고지 11장 분량으로 이 글의 길이와 거의 맞먹는 분량의 대사를 그렇게 단번에 쏘아댔다고 한다. 웃음도 주면서. 길기만 한 이 글은 웃음은커녕 짜증만 줄지도 모르지만.
----------------
’비상대책회’의 속사포 입담꾼 김원효.
임철순 기자 fusedtree@
예상했거나 우려했던 일이 그대로 벌어지고 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국회 통과 이후 전개되고 있는 정치상황 말이다. 여당이 국감을 보이콧하고 당 대표는 무기한 결사 단식농성을 하는 기상천외하고 전무후무(사실, 전무는 그렇다 치고 후무까지 될지는 모르지만)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를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데 대해...
가을이다. 그 뜨겁던 여름이 지나가고 날씨가 서늘해지니 좀 살 것 같다. 하지만 편해진 건 날씨밖에 없는 것 같다. 북한의 핵실험과 영남지방의 지진이 불안을 키우고, 각종 비리 의혹과 갈등, 쟁투는 오히려 더 심해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살풍경(殺風景)이라는 말을 생각하게 됐다. 아주 보잘것없는 풍경, 흥을 깨뜨리는 광경이 살풍경이다. 당의 시인 이상은(李商隱)이...
그들은 머리가 좋다. 시험성적이 좋다. 어떻게 하는 게 출세하는 길이며 부와 권력에 명예까지 거머쥐는 방법인지 잘 알고 있다. 남을 딛거나 밟고 올라서는 수단도 본능과 체질로 잘 아는 사람들이다. 시험으로만 뽑는다면 어떤 공직에든 다 합격할 만한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요즘 물의를 빚고 비리와 추문의 의혹에 휩싸인 사람들을 보면서 느낀 인상이다.
그들에게...
공자왈, 그러면 세상 모든 일이 마무리된다. 결론이 난다. 공자님은 예수님보다 500여 년 전에 태어난 분인데,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에 이미 이런 말을 했다. 세상엔 이로운 벗이 셋 있고 해로운 벗이 셋 있다고. ‘孔子曰 益者三友 損者三友 友直 友諒 友多聞 益矣 友便辟 友善柔 友便佞 損矣’가 그거다. 말 그대로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이로운 벗이 셋, 해로운 벗이 셋...
균형 잡힌 시각으로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생각하는 관점을 제시하고자 전·현직 언론인들이 만든 비영리 사회비평 칼럼 사이트 자유칼럼그룹(공동대표 김영환 김홍묵 방석순 임철순)이 창립 10주년을 맞아 6일 ‘사실과 의견 사이-올바른 보도와 논평을 위한 토론’을 개최했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는 한국일보 기자 출신의...
공동대표는 전ㆍ현직 언론인인 김영환, 김홍묵, 방석순, 임철순 등 네 명.
자유칼럼그룹은 지난 10년간 써 온 글 3000여 편 가운데 74편을 추려 도 묶었다.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은 추천사를 통해 일본 사무라이들이 자신의 저택(屋敷) 앞에 작은 모래더미를 두어 위급한 일이 생길 때 칼을 빼어 모래더미를 쑤셔 녹을 벗기고 바로 출진했다면서 붓이 마르지 않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1963년 12월 17일 첫 대통령 취임사는 “단군 성조께서 천혜의 이 강토에 국기를 닦으신 지 반만년”, 이렇게 장중한 문사(文辭)로 시작되지. 여기에 언급된 국기는 ‘나라를 이루거나 유지해 나가는 터전’, 즉 國基인데, 요즘 잘 쓰이지 않는 말이야. 국기라면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라는 노래나 ‘국기(國技) 태권도’를 떠올리는 게...
1주일 전에 차를 몰고 지방에 다녀온 일이 있다. 새벽같이 일어나 볼 일을 보고 점심을 먹은 뒤 귀가를 서둘렀다. 갈 때나 올 때나 중부고속도로를 이용했는데, 곤지암 톨게이트를 나와 한 10여 분 달렸을 무렵, 갑자기 차가 밀리기 시작했다. 두 차선 모두 차들이 시속 20km 정도로 기고 있었다.
출발 전에 화장실을 다녀왔으니 소변은 됐는데, 전날 잠을 거의 자지 못해...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광복절 기념식에서 알맹이 없는 낭독문으로 감흥 없는 박수를 받았다. 경축사는 애국심과 분발, 배려를 호소하며 자기비하와 정쟁 중지를 촉구하는 내용이었지만 새로운 대안 제시나 감동적인 메시지는 역시 없었다. 박수는 많았던 것 같은데 대체로 ‘영혼 없는 박수’로 보였다.
2013년 취임 후 네 번인 박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서 특이한...
움베르토 에코는 안 읽은 게 없고 말하지 않은 게 없는 사람이다. 그렇게 생각된다. 1932년에 태어나 온갖 말을 다 하고 온갖 글을 다 썼는데, 금년 2월 19일 84세(겨우!)로 사망했다는 보도에 어안이 벙벙했던 기억이 있다. 아니 이런 사람도 죽어? 할 일이 많을 텐데, 한국에 대해 한 말은 거의 없잖아? 이게 부음기사를 본 첫 번째 소감이었다.
움베르토 에코는 우리나라에...
“천경자(1924.11.11~2015.8.6)는 불행한 결혼 생활로 인한 두 남자와의 갈등과 여동생의 죽음으로 처절한 고난을 감내해야 했으나 이에 굴하지 않고 멋진 작품을 내놓았다.” 미술평론가 최광진의 ‘찬란한 고독, 한의 미학(천경자 평전)’ 중 일부이다.
그는 전남 고흥군에서 군 서기의 딸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그림에 소질이 남달랐던 그는 일본 도쿄(東京)...
참 덥다. 삶고 볶고 지지는 날씨에 짜증나고 답답한 일만 생기는 것 같다. 곳곳에서 눈에 띄는 암호 같은 말도 폭염공해를 더한다. 어느 지하철역 구내인지 잊었지만 ‘지적 확인 환호’라는 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사진으로 찍어둔 일이 있다. 그 밑에 씌어 있는 ‘셔터박스 쇄정 철저’는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이것도 쉬운 말은 아니지만 전철기가 신호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