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화(文人畵)’라는 예술 장르가 있다. 비록 ‘화(畵)’라는 말이 붙어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문인화를 ‘서예’의 범주에 속하는 예술로 인식하고 있다. 전국 규모의 중요한 서예공모전에 거의 다 ‘문인화’라는 항목이 항상 끼어 있기 때문이다.
문인화란 무엇을 그리는 그림일까? 매화(梅)•난초(蘭)•국화(菊)•대나무(竹), 즉 4군자(四君子)를 비롯하여...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썰렁하다’는 말을 적잖이 사용하고 있다.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하고서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이나 행동을 할 때 썰렁하다고 한다. ‘썰렁 개그’라는 말은 이미 우리 사회에 굳어진 말인 것 같다. 딴에는 우스운 얘기를 했는데 웃기는커녕 분위기가 더 어색해졌을 때 그것을 ‘썰렁 개그’라고 한다. 젊은 세대들 앞에서 옛날...
최근 언론이 광주 민주화 운동을 진압하던 당시 계엄군의 내부 계획을 폭로함으로써 5·18의 진상을 다시 조사하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일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군이 대한민국의 국민을 상대로 작전(?)을 전개하기 위해 공군비행기까지 출격시키려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당시 계엄군을 통수했던 인물에 대한 분노가 다시 일고 있다.
특히 당시 총격을 받은 건물에...
국민적 관심 속에 영화 ‘택시운전사’의 관객이 100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영화를 보면서 울었다는 사람도 많다. 그만큼 아픈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 시위장면 내내 나오는 풍경이 있다. 연막탄처럼 보이는 포탄이 터지면 시민들이 손으로 입과 코를 막고서 계속 콜록거리며 정신을 못 차리고 허둥대는 장면이다. 이때 터뜨린 포탄이 바로 최루탄이다....
군 고위 장성이 공관에 근무하는 병사를 ‘사병으로 부렸다’는 보도가 잇따르던 얼마 전의 일이다. 군 제대 후에 복학한 이른바 ‘예비역’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학생이 “원래부터 장성들 공관에 근무하는 병사들은 다 사병이지 장교가 아니었는데 왜 사병을 부린 것이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어요”라는 말을 하였다.
어이가 없었다. 이게 현재 대학생들의...
오늘은 처서이다. 입추(立秋)나 상강(霜降) 등의 절기는 한자만 보면, ‘가을[秋]로 들어섰다[立], ‘서리[霜:서리 상]가 내렸다[降: 내릴 강]’는 등의 의미를 금세 알 수 있는데 처서라는 절기는 한자로 써 놓아도 그 뜻을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처서는 ‘處暑’라고 쓰는데, ‘처’는 일반적으로 ‘곳 처’, ‘서’는 ‘더위 서’라고 훈독하므로 직역하자면 ‘곳 더위’...
뉴스를 통해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고 있다”는 말도 듣고, 때로는 “○○○ 씨를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말도 듣는다. 조사하는 것과 수사하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
조사(調査)나 수사(搜査)나 ‘査’는 다 ‘조사할 사’로 훈독하는 글자로, 뭔가를 찾아내려 한다는 의미이다. ‘調’는 ‘고를 조’로, 어느 한쪽에 편향됨이 없도록 균형을 잘 잡아 평탄하게...
여름 휴가철이 끝나간다. 늦게 휴가를 떠나는 사람도 있다. 지금 떠나는 휴가는 물가보다는 산사가 더 나을 것이다. 산사를 찾아 복잡하고 어려운 현실을 잠시 뒤로 밀쳐놓고 자연에 몸을 맡긴 채 조용히 명상에 잠긴다면 최고의 휴식이 될 것이다.
산사에 머물다 보면 더러 절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가 있다. 절에서 하는 식사를 ‘공양’이라고 한다. 공양은 한자로...
박찬주 대장이 공관에서 근무하는 병사에게 부당한 처사는 물론 소위 ‘갑질’까지 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 내용을 보다 더 구체적으로 밝히기 위해 군 검찰이 전직 공관병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뉴스를 들으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전수조사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를 잘 몰랐던 것 같다. 학생들에게 물었더니 “검찰에서 하는 수사의 한...
상해(上海)에 있었던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옛 청사에 마련된 전시장에는 백범 김구 선생이 귀국하기 전날 휘호한 ‘不變應萬變’이라는 작품이 있다. 變은 ‘변할 변’이다. ‘不變’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萬變’은 수시로 변하여 만 번도 더 변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이 구절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으로 만변하는 것에 대응하자”라는 뜻이다.
백범...
경술년, 즉 1910년 8월 29일 일본제국이 대한제국을 상대로 통치권을 일본제국에 양여(讓與:양보하여 넘겨 줌)하는 것을 규정하는 한일병합조약을 강제로 체결하고 이를 일방적으로 공포함으로써 일제가 말하는 ‘한일합병’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한일합병은 그들 일제의 말일 뿐, 우리는 결코 통치권을 양여한 적이 없다. 양여라니! 누가 국권을 양보하여 넘겨줬단...
장마철이면 연례행사처럼 물난리를 겪곤 한다. 꼼꼼하게 점검하여 철저하게 대비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던 물난리가 ‘안전 불감증’이라는 병 아닌 병으로 인하여 해마다 반복되는 것이다.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人災:사람의 잘못으로 일어난 재앙)라는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그것도 그때뿐, 다시 ‘설마’ 하는 방심 속에서 주변의 위험 요소를 없애는...
장마가 끝나면서 연일 불볕이 내리쬐는 맑은 날이 계속되고 있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떠간다. 구름의 모양이 기이하다. 동요에 나오는 엄마 구름, 아기 구름, 토끼 구름을 연상하게 한다. 그야말로 ‘하운다기봉(夏雲多奇峯)’이다. ‘여름 하, 구름 운, 많을 다, 기이할 기, 봉우리 봉’으로 이루어진 구절이니 “여름 구름에는 기이한 봉우리가 많다”는 뜻이다. 여름철...
연일 불볕더위에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더워도 너무 더우니까 사람들이 건강을 잃을까 염려하여 “더위 잘 이기라”는 인사를 자못 심각하게 한다. 정말 건강 잘 챙기고, 더위에 열악한 환경에 처한 사람들을 잘 보살피는 인정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열대야가 계속되다 보니 잠을 설치는 사람들이 많다. 잠을 설치면 다음 날 일과에 영향을 받게 되고 일과가...
오늘은 입추(立秋)이다. 가을로 들어선다는 날이다. 연일 너무 덥다 보니 입추라는 말만 들어도 더위가 좀 누그러지는 것 같다. 실지로 입추를 맞으면서 어제까지 후텁지근하고 습하게 덥던 날씨가 산들산들 가을바람이 부는 상큼한 날씨로 바뀐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럴 때면 사람들은 음력 절기의 정확성(?)에 대해 적잖이 신비감을 갖곤 하였다.
올 입추도 명실상부하게...
지금쯤은 지기 시작했을지 모르나 7월 내내 한옥의 담장이나 시골 집 대문 혹은 도심의 축대나 옹벽을 아름답게 장식한 꽃이 있다. 벽을 타고 오르는 넝쿨의 연초록 잎사귀와 잘도 어울리는 주황색 꽃이다. 바로 능소화이다. 원래 중국의 강소성 지방이 원산지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언제 들어왔는지 확실치 않다고 한다. 남부지방의 사찰이나 행세 깨나 하던...
이제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되고 말았지만 옛날 우리 어머니들은 이른 새벽 우물에서 첫 물을 길어다 정갈한 그릇에 담아 장독대에 올려놓고 소원을 간절히 빌었다. 그 물을 정화수(井華水)라고 한다. ‘우물 정’, ‘빛날 화’, ‘물 수’이니 직역하자면 ‘우물에서 길어 온 빛나는 물’이라는 뜻이다. 우물에서 길어 온 맹물 한 그릇이 뭐가 그리도 빛나기에...
장기나 바둑을 둘 때 상대가 쓰는 수(數), 즉 상대의 속셈과 계산에 대해서 응수를 잘 해야 이길 수 있다. 축구, 배구, 야구 등 스포츠 게임도 상대의 속셈과 계산인 ‘수(數)’에 대해 응수를 잘 해야 이길 수 있다. 이러한 까닭에 응수를 ‘응할 응(應)’자와 ‘셈 수(數)’ 자를 사용하여 ‘應數’라고 쓰는 줄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응수’는 ‘應數’라고 쓰지...
누군가가 남을 자기 뜻대로 조종해 볼 생각으로 이런 말 저런 말, 혹은 이런 행동 저런 행동으로 유혹할 때 우리는 흔히 “수작부리지 말라”고 호통을 친다. 그러므로 국어사전은 수작을 “남의 말이나 행동, 계획 등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는 풀이를 하고 있다.
수작은 한자로 ‘酬酌’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술 따를 수’, ‘술 따를 작’이라고 훈독한다. 원래는...
양해각서(諒解覺書)의 사전적 의미가 “당사국 사이의 외교 교섭 결과 서로 믿어서 이해하게 된 내용을 확인하고 밝히기 위해 정식 계약체결 전에 작성하는 문서”라는 것은 앞서 말했다. 그렇다면 ‘각서(覺書)’는 곧 ‘확인하고 밝힌 문서’라는 뜻인데 이 말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覺’에 대한 두 가지 훈독인 ‘깨달을 각’과 ‘잠깰 교’에 비추어 보면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