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보급된 후 ‘입력’, ‘출력’이라는 말에 익숙해졌다. 컴퓨터 안에 뭔가 정보를 집어넣는 행위를 입력이라 하고, 컴퓨터로부터 뭔가를 빼내는 일을 출력이라고 한다. 문서 작성을 예로 든다면 타자를 하는 행위를 입력이라고 하고, 타자한 내용을 종이에 인쇄해 내는 것을 출력이라고 한다. ‘들 입(入)’과 ‘날 출(出)’, ‘힘 력(力)’을 쓴다.
입력은...
며칠 전 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습근평 주석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인용한 “매화는 추위의 고통을 겪어야만 맑은 향기를 풍긴다”는 뜻의 한문 구절 ‘매경한고발청향(梅經寒苦發淸香)’에 대한 얘기를 했다. 오늘도 그 이야기를 좀 더 하고자 한다.
회담 현장을 보지 못한 필자는 당시 분위기가 어땠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 그러나 마치 현장에서 본 듯이 눈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과정에서 “중대차한 이 시점에서”라는 말을 했다. 순간적인 실수로 말이 잘못 나온 것일까? 아니면 ‘중차대한’이라는 말을 ‘중대차한’으로 알고 있는 것일까? 누구라도 흔히 사용하는 단어라서 실수로 잘못 나오기가 쉽지 않은 말임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중차대한’이라고 해야 할 것을 ‘중대차한’이라고 했다. 쉽게...
문재인 대통령이 습근평(習近平) 주석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매화는 추위의 고통을 겪어야만 맑은 향기를 풍긴다”는 뜻의 한문 구절 “매경한고발청향(梅經寒苦發淸香)”을 적절히 잘 인용했다는 얘기를 어제 했다.
그런데 12일 아침 어느 TV방송에 모 대학 중문과 객원교수라는 분이 나와서 문 대통령이 이 한문 구절을 인용한 것에 대해 “지금은 때가 가을인데 봄에...
문재인 대통령이 습근평(習近平) 주석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한문 한 구절을 인용함으로써 회담 분위기를 부드럽게 했다. 아울러, 사드 문제로 인하여 한동안 불편했던 한·중 관계를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는 의지를 은근하면서도 강하고 강하면서도 우아하게 전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인용한 한문 구절은 ‘매경한고발청향(梅經寒苦發淸香)’인데...
좋은 철이라서 여행을 계획하다 보면 으레 ‘○박○일’이라는 말을 하게 된다. ‘○박○일’은 여행 일자를 계산하는 상투어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때의 ‘박’은 ‘泊’을 쓰며 ‘배 댈 박’이라고 훈독한다. 즉 ‘정박(碇泊)’의 의미인데 ‘碇泊’의 ‘碇’은 ‘닻 정’이라고 훈독한다. 항구에 배를 대고 닻을 내림으로써 배의 운항을 멈추는 것이 곧 정박인 것이다....
상엽홍어이월화(霜葉紅於二月花)! ‘서리상’, ‘잎사귀 엽’, ‘붉을 호’, ‘어조사 어’, ‘둘 이’, ‘달 월’, ‘꽃 화’로, “서리 맞은 잎사귀가 2월의 꽃보다 더 붉다”는 뜻이다. 중국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의 ‘산행(山行)’이라는 시 마지막 구절이다. ‘어조사 어’라고 훈독하는 ‘於’는 대부분 처소격 조사로서 ‘-에’ 혹은 ‘-에서’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엊그제 뉴스에 어떤 회사에서 여직원을 회유하려고 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회유는 ‘懷柔’라고 쓰며 각 글자는 ‘품을 회’, ‘부드러울 유’라고 훈독한다. 글자대로 풀이하자면 ‘부드러움을 품다’라는 뜻이어서 자칫 좋은 의미가 담긴 말로 오해할 수도 있다.
상대를 대하면서 부드러움을 품는 것은 당연히 좋은 태도이다. 그런데 그 부드러움이 자신의 이익을...
한국, 중국, 일본 등 한자문화권 국가에서는 예로부터 그림을 그린 다음에 여백에 그림과 어울리는 필체로 시를 써넣었다. 한 화폭에 담긴 시와 서예와 그림이 잘 어울려서 하나의 작품을 이룰 때 그런 작품 혹은 그런 작품을 그린 작가를 일러 ‘시•서•화 삼절(詩•書•畵 三絶)’이라고 했다.
이때의 ‘절(絶)’은 ‘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여기서 끊겨서 더...
우리는 일상에서 ‘제목’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글을 지을 때도 제목을 먼저 정해야 하고, 책을 살 때도 제목을 먼저 보고,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를 때에도 제목을 찾는다. 제목은 글, 책, 노래 등의 핵심 내용을 보이기 위해 붙인 이름인 것이다.
‘題’는 원래 하나의 문체(文體)로, 오늘날로 치자면 평론에 해당하는 글이다. 어제의 글에서 살핀 제발(題跋)의...
중국 남송시대 이전에는 책이나 서화작품이 다 두루마리 형식의 ‘권자(卷子)’였다는 점은 어제 글에서 밝혔다. 이런 권자의 앞부분에 해당 책이나 서화를 총체적으로 소개하는 글을 써 넣는 경우, 이것을 제(題)라고 하고 맨 뒷부분에 해당 책이나 서화를 보고 느낀 감상을 써 넣은 것을 발(跋)이라고 한다.
옛사람의 글 중에 ‘題○○○書(○○○의 글씨에 제하여...
책을 세는 단위는 권이다. 한 권 책의 세부 분절(分節) 중 가장 큰 단위는 장(章)이다. 음악의 분절을 나타내는 단위로도 대개 ‘장(章)’을 사용하는데 ‘운명교향곡 제1악장’이라고 할 때의 악장(樂章)이 바로 그것이다.
송나라 말기까지만 해도 오늘날과 같이 책장을 넘기는 책은 나타나지 않았다. 다 두루마리 형식이었는데 그런 두루마리를 ‘권(卷)...
서울 종로구 인사동 희수화랑에서 소지도인(昭志道人) 강창원(姜昌元) 선생의 100세 기념 서예전이 열리고 있다. 강창원은 일찍이 의사인 아버지를 따라 베이징에 살면서 당시 중국의 개혁사상가 양계초(梁啓超), 화가 제백석(齊白石), 문학가 호적(胡適) 등을 가까이에서 접했고, 양소준(楊昭儁)으로부터 서예 수업을 받았다.
광복 후에는 유희강 손재형 김충현 김응현...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적폐청산’이라는 여당의 입장과 ‘정치보복’이라는 야당의 입장이 맞서다 보니 국감장이 조용할 리가 없다. 고함과 삿대질이 오가면서 항간에선 더러 ‘국회의원 갑질’이라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갑질 앞에서는 곤욕을 치르는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다. 따져 묻는 사람은 할 말을 다 해놓고서는 답변을 하는 사람더러는 거두절미하고...
어제 살펴본 바와 같이 돌아가신 분이나 촌수 지위가 높은 분들의 이름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않기 위해 낱글자로 풀어 말하는 것을 기휘(忌諱)라고 한다. 그런데 기휘보다 더 엄하게 이름에 사용하는 글자를 통제한 제도가 있었다. ‘피휘(避諱)’가 바로 그것이다.
‘避諱’는 각각 ‘피할 피’, ‘이름 휘’라고 훈독하는데, 왕이나 황제의 이름에 사용한 글자는 아예...
“아버님 성함이 어떻게 되는가?” “아, 네. 홍자 길자 동자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많이 듣는 대화이다. 상대방의 부모님이나 조부모님 등의 이름을 물을 때 묻는 사람도 ‘이름’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성함’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답하는 사람도 곧바로 ‘홍길동’이라고 답하지 않고 낱글자로 풀어서 ‘홍자 길자 동자’라고 답한 것이다.
옛사람들은...
본래는 외국어였는데 우리나라에 들어와 우리말로 굳어진 말을 일러 외래어라고 한다. 외래어 중의 대표적인 한 예가 ‘비엔날레’이다. 비엔날레는 ‘격년제’, 즉 한 해 걸러 2년에 한 번씩 치르는 행사라는 뜻의 이탈리아어에서 온 말로, 주로 미술 관련 전시나 행사를 칭한다.
우리말로는 ‘격년제 미술전’ 혹은 ‘해 걸이 미술전’이라고 할 수 있을 테지만...
개인적으로는 취업도 힘들고 노동조건도 열악한 경우가 많은 데다가 사회적으로는 지역이기주의가 팽배해 있고 세대 차이와 빈부격차도 심하다 보니 곳곳에서 크고 작은 시위가 끊이지 않는다. 시위 현장에 내걸린 구호들을 보면 하나같이 “결사반대”라는 말이 들어 있다.
결사는 ‘決死’라고 쓰고 각 글자는 ‘결단할 결’, ‘죽을 사’라고 훈독한다. 그러므로...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두고 여·야의 공방이 치열하다. “국가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라는 말이 자주 나오고, “이래 가지고서 어떻게 국가의 안위를 책임질 수 있겠느냐”는 질타도 쏟아지고 있다. 다 잘못하고 있는 말들이다.
‘안위’는 ‘安危’라고 쓰고 ‘안전할 안’, ‘위태로울 위’라고 훈독하며 ‘안전과 위태로움’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국가의 안위를...
국정감사가 한창이다. 여당과 야당의 공방이 치열하다. 거친 말이 오가고 있다. 그런데 공방의 내용을 보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상대 당의 정당한 주장을 약화하기 위해서 사안의 본질에서 벗어난 엉뚱한 얘기를 한다거나, 이미 명백하게 드러난 사실을 감추기 위해 문제의 쟁점을 피해 말꼬리만 잡고 늘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서로 ‘물 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