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가 국채를 포함한 미국 국공개 매입 규모를 기록적 수준으로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집계에 따르면 미국 시중은행들은 지난달 미 국공채 매입을 540억 달러(약 58조원) 늘려 현재 규모가 1조99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씨티 등 미국 은행은 12개월째 순매입을 기록했다.
미국 은행의 미국채 보유는 연준의 조기 금리 인상 관측 때문에 국채가격이 약세를 보임에도 지난달에 2010년 이후 최대 규모에 달했다. 지난달 미 국채 시세는 평균 0.6% 하락해 올 들어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미국 은행의 수요가 이어진 덕택에 올 들어 국채 가격은 지금까지 4.2%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와중에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0.5%포인트 이상 하락해 6일 2.42%를 기록했다. 채권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간다.
미국 은행의 국공채 매입 붐은 올 들어 예금은 기록적으로 늘어난 반면 여신은 이에 부합한 증가세를 보이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무라홀딩스의 조지 콘칼베스 금리 전략 책임자는 “은행이 처리해야 할 여분의 현금이 적지 않다”면서 “(대출) 수요가 적기 때문에 (이들 현금을) 충분히 활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콘칼베스 책임자는 또 “은행이 자금을 안전하게 굴려야 하기 때문에 국채를 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위험자산은 줄이고 안전자산 보유를 늘리도록 한 금융 당국의 규제 강화도 이러한 움직임을 부추겼다는 평가다. BOA의 미국 금리 전략 책임자 프리야 미스라는 “(은행 자본) 규제 강화도 시세에 관계없이 국공채 수요를 늘리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은행이 여전히 미국의 경기 회복세를 확신하지 못하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FBR 캐피털 마켓의 폴 밀러 은행 애널리스트는 “은행 자본력과 비교하면 대출 수요가 부족하다”면서 여기에 “미 경기 회복세가 (월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은 것도 미국 은행의 국공채 매입을 늘리는 요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