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정지 처분에도 불구하고 '자리 지키기'로 금융당국과 신경전을 펼쳤던 KB금융지주 임영록 전 회장이 결국 백기를 들었다.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낸 무효소송을 취소하고 등기이사에서도 사퇴하기로 했다. KB금융 이사회의 해임 의결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된 만큼 당국과의 법정다툼이 더이상 실익이 없음을 받아들인 것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 전 회장은 지난 16일 금융위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직무정지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을 오는 29일자로 취하키로 했다. 아울러 KB금융 등기이사직에서도 사퇴키로 했다.
이날 임 전 회장은 법무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인을 통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금융위를 상대로 제기한 본안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취하하고, 등기이사직에서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일어난 모든 일을 내 부덕의 소치로 생각하고 앞으로 충분한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KB금융그룹의 고객, 주주, 임직원 및 이사회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KB금융그룹이 새로운 경영진의 선임으로 조속히 안정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일각에서는 이사회 해임 의결 이후 그가 명예회복을 위해 에 '직무정지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이어 '해임 무효 소송'까지 강행할 것이란 추측이 나돌았다.
지난 17일 이사회의 해임 의결 당시에도 임 전 회장은 일부 사외이사들에게 "법원의 가처분 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기다려달라"고 강력 반발했었단 사실이 이같은 추측의 배경이 됐다.
그러나 그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이사회에서 해임을 의결하자 그도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음을 받아들였다. 더이상 법정 다툼으로 얻을 실익이 없음을 인지한 것이다.
임 전 회장의 소송 취하와 등기이사 사퇴로 4개월간 지속됐던 KB사태는 완전한 해결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사회가 전력을 다해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가동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곧 경영정상화를 꾀할 수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지난 26일 KB금융 이사회는 2차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고 추후 일정과 후보군 구성 및 압축 방법, 자격기준 등에 대해 논의했다. 사내이사 선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는 오는 11월 21일 열기로 결정했다.
회장 자격 기준은 기존 CEO 승계 프로그램의 'CEO 후보 자격 기준'이 활용된다.
임 전 회장의 결단과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구체적인 일정이 확정되면서 KB금융 내외부 주요 인사들이 차기 회장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내부 출신 가운데 차기 수장 후보로는 회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윤웅원 부사장과 은행장 직무대행인 박지우 부행장,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 김옥찬 전 국민은행 부행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외부에서는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과 이종휘 미소금융재단 이사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이 자천타천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 전 부회장은 지난해 임 회장과 함께 KB금융 회장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였고 이 이사장은 우리은행장 출신이다. 두 사람 모두 대구경북(TK) 출신으로 친박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