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휴대폰에 블랙컬러가 사라진 이유

입력 2006-09-15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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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다시 채용할까, 그대로 둘까.”

팬택앤큐리텔의 디자인 부서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자사의 휴대폰에 검은색을 채용할지 여부를 따져보기 위함이다. 타사와 달리 현재 스카이는 물론 큐리텔 휴대폰에도 블랙폰을 찾아 볼 수 없다.

팬택앤큐리텔이 색깔로 고민에 빠졌다.

가장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과 동시에 대중적인 선호도 높은 색으로 알려진 블랙컬러를 재도입시킬 것인지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 LG전자, 모토롤라 등 경쟁사들이 블랙 컬러를 도입시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상황에서 팬택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의욕적으로 하반기에 출시하고 있는 ‘울트라슬림폰’ 모델들의 기본색이 블랙이다. 바형, 폴더형, 슬라이드형 3종 모두 블랙을 기본 컬러로 선택했다.

지난해 유광의 피아노블랙을 채용한 초콜릿폰을 출시한 이래 지금까지 히트 모델로 군림하고 있는 LG전자야 말로 블랙의 후광을 톡톡히 보고 있다. 지금은 핑크 모델도 나와 있는 상태이기는 하지만 LG전자측에 따르면 여전히 블랙 초콜릿폰이 가장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금은 라임색에 핑크색까지 다양한 컬러 마케팅을 도입하며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는 모토롤라의 슬림폰 ‘레이져’도 처음 세상에 선보일 때는 블랙으로 시작했다. 블랙이 레이저의 컨셉인 슬림성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경쟁사들이 블랙컬러를 채용하여 재미를 보고 있을 때 팬택앤큐리텔의 속은 타들어 갈 수 밖에 없었다. 사실 팬택의 고급 브랜드인 스카이폰에는 블랙을 적용할 수 없는 속사정이 있다.

팬택에 인수되기 전 SK텔레텍 시절부터 스카이의 디자인 컨셉은 ‘화이트&아이보리’ 색의 깔끔한 느낌을 강조하며 출발했다. 지난 1999년 6월 휴대폰 업계 최초로 스카이에 화이트&아이보리를 채용한 IM-770출시하며 국내 최초로 화이트 휴대폰 시대를 열었던 장본인이었던 터라 미련이 클 수밖에 없다.

스카이폰이 등장했던 1990년말에만 해도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블랙바디를 기본으로 한 핸드폰의 대다수였다.

지금과 달리 다양한 컬러를 도료했을 경우 표면이 벗겨지는 등의 내구성을 보장받기 쉽지 않았던 것이다. 때문에 블랙 폰에 식상했던 소비자에게 흰색계통의 스카이폰이 고급스러움을 크게 어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도료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다양한 색깔을 입혀도 손상을 쉽게 입지 않게 되면서 소위 휴대폰 업계의 컬러마케팅 시대가 왔던 것.

그러나 타 업체처럼 검은색을 채용하고 싶어도 스카이가 추구하는 디자인 컨셉과 대치되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큐리텔의 경우엔 지난 10월까지도 블랙컬러를 채용한 PT-K1500 모델이 나왔다. 하지만 이렇다할 재미를 보지 못했던 팬택앤큐리텔의 입장에선 주력모델이자 고급모델라인이 스카이의 화이트 전통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팬택앤큐리텔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화이트계열이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스카이는 화이트계열만 고집했었고, 사실 화이트를 가장 먼저 내놓은 게 스카이여서 이를테면 전통을 지키는 차원에서 당분간은 다른 색깔을 도입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사진설명: 업계최초로 화이트계열의 휴대폰을 내놓은 스카이폰IM-770(위)과 큐리텔의 마지막 블랙폰인 PT-K1500(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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