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디플레론 설왕설래]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유사…내수부진 더 심각

입력 2014-09-0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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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디플레이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디플레이션이란 경제 전반적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동시에 앞으로도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생기면 경제주체들이 소비를 미루게 되고, 재고가 쌓여 생산이 위축돼 고용과 투자 감소로 이어진다. 이 같은 악순환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이라고 표현할 만큼 국가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실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금융위기 이후 성장률이 본격적으로 정체되기 시작하면서 꽤 오랜 기간 동안 심심찮게 제기됐다. 하지만 그때마다 정부와 대부분의 주류 전문가들은 ‘지나친 우려’로 치부하기 일쑤였다. 최근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국이 디플레이션 초기에 와 있다”고 진단한 뒤 두려움이 더욱 짙어지는 분위기다.

디플레이션 진입을 우려하는 입장은 무엇보다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저물가를 근거로 제시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 상승했다. 2012년 11월 이후로 22개월째 1%대 상승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2.5~3.5%)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일부 전문가들은 저물가 자체만으로도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수준이라고 말한다. 연세대 경제학부 성태윤 교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개월 넘도록 1%대라면 디플레이션으로 봐야 한다”며 “상당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처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 이하로 떨어지는 상황이 온다면 “정말 망가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더욱이 현재 한국경제의 흐름이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을 보면 일본이 1992~1993년(장기침체 돌입 시기)에 겪었던 상황과 매우 비슷하고 경제성장률을 봐도 그렇다”며 “일본도 안심하다가 장기 디플레이션에 올라섰는데 우리는 굉장히 노력해야 디플레이션 국면을 돌이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전까지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일부 학자들의 국지적인 견해로 취급됐다면 최근에는 주요 연구기관에서도 비관적인 전망이 심심찮게 제기된다. 특히 그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왔던 국가미래연구원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유사한 과정을 거쳐 디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경고한 부분은 눈길을 끈다.

미래연은 최근 ‘한국의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 보고서에서 이같이 지적한 뒤 “수출 중심의 경제성장이 지속되는데다 내수부진으로 총수요 증대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인구변화 요인도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또 가계부채가 1000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주택시장(자산시장)마저 위축되는 상황을 우려했다.

민간연구기관들의 진단도 잇따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수 디플레이션 우려된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비슷한 우려를 내놓았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를 요약하면 실질소득 정체와 미래 불안 등으로 민간의 소비가 위축되는 가운데 일자리의 질은 점차 떨어지고, 부동산 경기 회복으로 가계의 빚이 늘어나는 총체적 난국이라는 것이다.

향후 한국경제의 경제성장률 전망이 좋지 않다는 점은 디플레이션 우려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익히 알려진대로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최근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하향하면서 수출에 기댈 수 있는 여력도 줄어드는 상황이다. 우리금융연구소는 “불확실한 국내외 여건을 고려할 때 2014년 전망은 하방 리스크가 더욱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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