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 직업,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4-08-18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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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과 비교해 골프장 수는 크게 늘었지만 캐디는 오히려 줄었다. 캐디에 대한 차가운 시선과 편견이 주요 원인이다. (사진=배남국닷컴 DB)

“돈 때문에 시작했죠. 자부심이나 보람 같은 건 모르겠어요.”

경기 여주의 한 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하는 유모 씨의 말이다. 그가 캐디 일을 시작한 이유는 간단하다. 비교적 단기간에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일에 만족하지 못했다. 돈을 벌기 위해 시작했을 뿐 오랫동안 비전을 가지고 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골프강국을 자부하는 한국 사회 캐디들의 어두운 이면이다.

캐디는 골퍼의 플레이어를 돕는 직업이다. 골프백을 매고 클럽을 챙겨주는 단순 노동부터 거리를 계산하고 그린(핀) 위치를 제시하며 언듈레이션(코스의 굴곡)을 읽고 어드바이스하는 일도 캐디의 임무다. 상황에 따라서는 골퍼가 플레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골프 경기에서 캐디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동반 플레이어다.

요즘은 전문 캐디 양성 기관이 크게 늘었다. 특성화 고등학교와 대학의 골프 관련 학과에는 캐디학과가 개설됐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전문 캐디 양성 과정도 신설됐다. 이젠 캐디도 전문화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캐디로 살아가기란 참으로 고단한 일이다. 캐디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차갑기 때문이다. 캐디에 대한 골퍼들의 막말ㆍ욕설, 성희롱 발언 및 성추행, 매너ㆍ에티켓을 무시한 언행 등이 그것을 입증한다. 예전보다는 호전됐다고 해도 캐디에 대한 골퍼들의 무례한 언행은 여전히 캐디들의 근무 의욕을 꺾고 있다. 바로 그것이 캐디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가질 수 없는 이유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캐디를 지원하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 수년 전과 비교해 골프장 수는 크게 늘었지만 캐디를 지원하는 사람은 오히려 줄었다. 따라서 전국 대부분 골프장은 지금 캐디 수급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반면 메뚜기처럼 이 골프장 저 골프장을 전전하는 얌체 같은 캐디는 더 늘었다. 그들에게 골프장은 소속감이나 자부심 따위를 느낄 수 있는 장소는 아니다.

그러나 캐디의 근무환경이나 복지는 결코 나쁘지 않다. 지난해부터 대부분 골프장이 캐디피를 2만원씩 인상하면서 18홀 라운드 기준 12만원, 두 팀과 라운드하면 8시간~9시간 업무로 24만원을 번다. 시즌 중(4월~11월)에는 월 500만원 이상을 벌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세금도 내지 않는다. 거기에 숙소와 피복ㆍ식사ㆍ간식ㆍ캐디용품 등은 전부 골프장에서 제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캐디는 전입신고조차 하지 않을 만큼 골프장에 대한 소속감이나 애착을 보이지 않고 있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 직장인 만큼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과연 그것이 최선일까. 캐디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서는 누구보다 일선 캐디들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은 왜 인식하지 못할까. 일부 캐디는 내장객을 위해 마술을 준비하며 보람을 느낀단다. 캐디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소한 노력이 골퍼들의 인식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우리 사회의 캐디는 어쩌면 위기가 아닌 기회다. 캐디라는 직업을 궁지로 몰아가는 것은 주변의 편견이나 차가운 시선이 아닌 캐디 스스로의 노력 부족은 아닌지 묻고 싶다. 스스로 편견의 벽을 높이 쌓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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