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기적 4부 - 4] 이장규 서강대 부총장 “한국경제, 무정부상태”

입력 2014-08-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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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리더십 회복이 우선과제… 대통령은 정치, 장관은 행정 맡아야”

이장규 서강대 부총장은 우리 경제의 위기 원인을 ‘리더십 부재 신드롬(증후군)’으로 꼽았다. 관피아(관료+마피아)로 몰린 관료들마저 등 돌리면서 박근혜 정부는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쓴소리도 했다.

이 부총장은 최근 서강대 집무실에서 가진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경제의 우선과제는 (대통령) 리더십의 회복”이라면서 “행정은 장관에게 맡기고 대통령은 정치에 몰두해 리더십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치개혁 없이는 지속적인 경제발전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에 왔다”며 “국회의원들을 규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을 어떻게 평가하나.

“박근혜 정부 출범 때 1기 경제팀을 보고 어떻게 이런 사람들 중심으로 경제정책을 꾸려갈지, 이 사람들을 발탁한 대통령의 경제인식으로 어떻게 경제를 풀지 걱정 많이 했다. 그리고 비관적인 전망은 불행스럽게도 적중했다. 이번에 사람을 바꾼 건 대통령의 생각도 바꾼 게 아닐까 기대한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보다 최경환 부총리가 더 능력가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국회가 경제뿐 아니라 모든 정책의 중심이 돼 버렸고, 최 부총리는 경제관료 출신이지만 오랫동안 정치판에서 활약했던 사람이니 경제의 정치화 현상을 감당하는 데에 전임 총리보다 나을 것이라 본다.”

△2기 경제팀의 우선과제는 무엇이라 보나.

“지금 한국경제는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와 있다. 한국경제는 무정부상태다.

세월호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권위를 인정하고 납득하고 따를 공권력이 보였나. 정치인들도 특별법 만든다고 밀고댕기기하고 있을 뿐이다.

독재시절엔 금리 내리라면 내리고, 양도세 올리라면 올리니 정치환경이 문제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결정을 내려도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제일 관심 갖는 건 대통령의 리더십이고 인사정책이다. 똑같은 정책을 해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정책효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경제를 전망하고 대책을 논할 때 우선과제를 꼽는다면 리더십의 회복이다. 심각해진 리더십 부재 신드롬을 빨리 극복해내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리더십 회복 방안은.

“행정은 장관에게 맡기고 대통령은 정치에 몰두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관료중심의 시스템이고 계속 진화하고 있다. 행정을 장관에게 일임하면 인사 정책, 집행, 평가, 책임까지 전부 장관에게 물을 수 있다.

관료 행정이 제대로 돌아가게 하려면 대통령이 미주알고주알해선 절대 안 된다. 앞으로는 국장급 인사 개입 안한다고 하는데, 지금까진 했다는 것이다. 독재시대인 박정희 전 대통령 때도 장관이 차관 인사를 했다. 그런데 민주시대, 다원화된 시대에 청와대가 다 쥐고 인사를 하면 어쩌자는 것인가. 인사수석실을 만들면 장관은 더 맥을 못 추게 돼 있어 큰 일이다.

민주화시대에서 경제발전하려면 대통령이 행정부의 총수로서 의회지도자들과 만나고, 여당 최고지도자로서 야당 의원들과 자주 만나야 한다. 미국 대통령은 상원, 하원의장과도 자주 만나잖나.”

△경제와 지도자 리더십의 직접적 상관관계는 어떻게 나타나나.

“일본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교훈을 발견할 수 있다. 아베 총리의 팽창정책에 대한 평가가 갈려도 국민들은 아베노믹스를 지지한다. 한 가지 정책을 일관되게 밀어붙인 지도자가 없었으니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일본은 또 신문에 총리가 전날 누구랑 밥 먹고 얼마나 낮잠잤는지까지 깨알 같이 일정이 나오는데, 아베 총리의 일상적인 일정이 기업 CEO들 만나 내수진작 위해 직원들 봉급 올려주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일국의 대통령이 일관되게 그런 일을 하니 실제 월급이 올라가지 않아도 그러한 메시지가 국민들에게 전해지잖나.

일본과 독일은 공통적으로 2차대전 일으킨 전범국가지만 잘사는 나라로 급속도로 발전했다. 이 두 나라는 기적 같이 부활하고는 90년대 들어 같이 거꾸러지기 시작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독일은 다시 올라오고, 일본은 잃어버린 10년, 20년으로 헤매는 것도 리더십 차이다. 독일은 2000년대 초반에 슈뢰더 총리가 굉장히 고통스러운 구조조정 작업을 했고, 이 비인기정책으로 선거에서 졌다. 하지만 이어서 2005년 정권 잡은 메르켈이 슈뢰더 정책을 이어받아 큰 수술을 마치고 지금의 독일이 됐다. 반면 일본은 계속되는 경기 침체 속에 최근에야 금기시됐던 소비세 인상했다.”

△박근혜정부도 경제살리기에 주력 중이다.

“박근혜정부의 캐치프레이즈는 경제민주화, 창조경제, 규제혁파, 비정상의 정상화 등으로 흘러왔다. 헌데 행정을 잘 아는 대통령 같았다면, 창조경제의 본질을 안다면 집권하면서부터 규제혁파를 들고 나왔어야 한다. 그런데 하다보니 잘 안 되니까 뒤늦게 규제혁파를 얘기하고 마음이 급해지니 대통령의 언어는 “규제는 암 덩어리” 식으로 점점 과격해지고 야단만 많이 치는 것이다.

이 정부는 레임덕이 시작됐다. 통치자가 자기 정책의지를 수행하는 데 꼭 필요한 서포팅(supporting) 그룹이 등 돌리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레임덕이다. 서포팅 그룹인 관료들을 자기 편으로 안 만들고 개혁 대상, 관피아(관료+마피아)라고 등 돌리게 하면 5년짜리 정부에서 누가 목숨 걸고 일하겠나. 레임덕이 시작되면 아무리 야단쳐도 감당이 안 된다.”

△정치권의 생산성 제고도 필요할 것 같다.

“정치개혁 없이는 지속적인 경제발전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에 왔다. 국회의원들을 규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국회의원들은 자기들에게 불리한 법은 안 만드니 시민운동을 통해서라도 합의도출을 해야 한다. 예로 국회의 중요한 일 중 하나가 예산심의인데, 스스로 전년도 예산이 제대로 쓰였는지 면밀히 평가하자고 법까지 만들어놓고도 9년째 안 지켰다. 법을 안 지켜도 불이익 당하는 처벌규정이 없이, 뇌관을 뺀 폭탄만 만든 탓이다. 국회의원들 잘못에 대한 규제 장치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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