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기적④]곳간 걸어잠근 기업들 “불확실성 해소돼야 투자 확대”

입력 2014-07-1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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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곳간에 달린 빗장이 좀처럼 풀릴 기미가 없다. 통상 기업들은 연초에 세운 투자 계획을 하반기에 대부분 집행하지만 올해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현금을 쌓아두는 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17일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투자만 늘리라고 하는 것은 큰 모험을 하라는 뜻인데, 요즘 같은 시기엔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해선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기업들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다”면서 “세월호 참사 여파와 말뿐인 규제개혁, 환율 불안 등 악재가 겹쳐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기업들이 투자에 망설이다 보니 대표적인 현금 유동성 지표인 사내유보금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사내유보금이란 기업의 당기 이익금 중 세금과 배당금, 임원 상여 등 사외로 유출된 금액을 제외하고 이익잉여금, 자본잉여금 등 사내에 축적한 나머지 금액을 말한다.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기준 10대 그룹 81개 상장사(금융사 제외)의 사내 유보금은 515조9000억원으로 5년 새 2배가량 늘었다. 비교 시점인 2009년 1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은 271조원이었다. 사내유보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유보율도 2009년 986.9%에서 올 1분기 1733.9%로 747%포인트나 상승했다.

10대 그룹 중 사내유보금이 가장 많은 곳은 삼성으로 182조4000억원을 보유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삼성전자의 유보금이 158조4000억원으로 86.8%를 차지한다. 이어 현대자동차 113조9000억원, SK 58조5000억원, LG 49조6000억원, 포스코 44조5000억원, 롯데 26조7000억원, 현대중공업 19조4000억원, GS 11조6000억원, 한화 7조3000억원, 한진 2조원 등 순으로 집계됐다. 한진의 경우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2009년보다 사내유보금이 절반 이상 줄었다. CEO스코어 박주근 대표는 “유보금에는 현금 외에 투자로 인한 유형자산과 재고자산 등이 포함돼 있어 곳간에 현금이 쌓여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고 부연했다.

재계는 몇 년째 이어지는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 불안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제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애초에 기대했던 것보다 더디게 진행되는 규제 개혁의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는 것.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통과와 올 초 심도 있게 다뤄진 규제개혁을 서둘러 진행해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 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경제활성화 법안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 70여개에 이른다. 이 중 각종 서비스산업의 규제를 푸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유해시설이 없는 관광숙박 시설을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 내에 세울 수 있도록 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이 급히 통과돼야 할 법안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재계는 하반기 경제활성화에 집중하기 위해 세월호 침몰 사고로 주춤해진 규제개혁이 다시 빨라지길 바라고 있다. 더불어 정부가 기업 투자를 촉진시키기 위해 한시적으로 운용한 세제지원 제도의 기한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경련은 최근 154건의 세제 개편 종합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건의서에는 올해 일몰 예정인 비과세·감면 53개 제도(수혜금액 7조8000억원) 중 고용창출형 투자에 대한 공제인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를 비롯해 ‘안전설비투자세액공제’, ‘생산성향상시설투자세액공제’의 현행 유지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수년간 지속된 원화 강세로 인해 수출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라며 “기업들의 자구노력만큼이나 정부가 투자를 가로막는 요소를 최소화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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