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7월은 잔인한 계절

입력 2006-08-0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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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시인 T.S. Eliot은 그의 시 '황무지'에서 "4월은 잔인한 계절"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에게 올해 여름은 누구보다도 잔인한 계절이다. 세무조사, 무자격 조종사 논란, 아시아나 항공과의 FMO 표절시비와 노선배분문제 등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2일에는 만성적자인 국내선 경영개선을 위해 불가피하게 장애인 할인율 적용을 낮추겠다고 발표했지만 이에 대한 사회여론이 곱지 않은 상황이다.

◆ 세무조사에 이어 무자격 조종사 논란까지

대한항공의 이같은 험난한 여정의 시작은 세무조사였다. 최근 국세청의 세무조사 패턴이 동종업계 기업들을 함께 조사하는 방식으로 바뀌어 국내 양대 항공사라고 할 수 있는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세무조사를 받았다.

대한항공은 세무조사와 관련 "지난 2002년 이후 4년 만에 받는 정기조사이며 정기조사는 정상적인 경영활동 중의 일부"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매우 강도 높은 세무조사가 진행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세무조사가 지난 달 중순 종료된 후 한 언론에 '대한항공, 무자격 조종사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게재되면서 또 한 번 진통을 겪었다.

사건은 헬기조종사 자격만을 가진 조종사들에게 항공기 운항을 맡겼다는 한 퇴직자의 제보에 의해 불거졌다.

대한항공은 이 논란을 제기한 사람을 상대로 명예훼손죄로 고소, 지난 달 27일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대한항공의 손을 들어주면서 사건이 일단락됐다.

◆ 아시아나 항공과의 숙명적 대결

대한항공의 악재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무자격조종사논란이 있었던 무렵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의 비행운영규정(FOM: Flight Operations Manual)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대한항공은 즉각 아시아나항공에 이에 대한 해명 및 사과광고게재 등을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그 해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시아나와의 악연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지난 달 열린 한·중 항공회담에서 중국노선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하게 됨에 따라 노선추가확보를 위한 양사의 기싸움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중간 노선추가확보문제는 오는 2010년 양국간 항공운항 전면 자유화를 앞두고 기선제압을 중요한 사업일 수밖에 없다.

◆ 소외계층 혜택 줄여 곱지 않은 사회여론

이른바 악재의 연속으로 7월을 보낸 대한항공은 8월이 시작함과 동시에 소외계층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야 했다.

대한항공은 다음달부터 현행 10%인 청소년과 경로 우대 할인을 폐지한다.

또 군인에 대한 할인도 휴가증 소지자로 제한하고 할인율도 20%에서 10%로 축소할 계획이다. 장애인 할인도 1∼3급은 현행 50%가 유지되지만, 4∼6급은 30%로 줄어든다.

다만, 소아(25%), 제주도민(10%), 국가유공자 및 독립유공자(30~50%) 등은 현행대로 유지된다.

대한항공은 국내선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하지만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과 비교했을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장애인협회에서는 "장애인의 발목을 잡는 처사지만 대한항공의 결정을 철회할 방법이 없어 답답할 따름이다"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올 여름은 대한항공에게 유난히 덥게 느껴지고 있다. 국내 제1의 항공사라는 위상을 제고하고 국민들로부터 호평을 받기 위해 '제갈량의 지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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