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상장하면 삼성 지배구조 '흔들?'

입력 2006-07-14 12:38 수정 2006-07-2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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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측 "이재용 상무 입지 흔들리게 방관하지는 않을 것"

생명보험사 상장안 논란의 불똥이 뜻하지 않게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에 튀고 있다. 삼성생명의 상장으로 자칫 이 상무의 삼성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부터다.

특히 시민단체 및 여론의 비난과 검찰의 수사를 받으면서까지 추진했던 애버랜드CB편법 증여를 통한 이 상무의 경영권 확보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판단은 17년을 지루하게 끌어오던 생명보험사의 상장 논란이 한 가닥 방향이 잡히면서다.

13일 발표된 상장안인 '보험사를 주식회사로 보고 상장차익을 계약자에게 돌려줄 법적 근거가 없다'는 방안대로 생보사들이 주식시장에 상장하면 엄청난 차익을 얻게 된다.

이 방안 대로라면 생보사의 입장에선 더 할 나위 없는 좋은 기회를 맞이하게 됐다. 삼성생명도 마찬가지다. 삼성생명은 상장을 통한 상장차익을 사용해 그동안 시달렸던 삼성자동차(현 르노삼성차)의 부채를 일시에 해소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인 셈이다.

하지만 13일 공개된 생보사 상장안에 대해 삼성생명은 "당연한 결론"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소극적인 자세가 역력했다. 오히려 그동안 상장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삼성생명은 당분간 상장문제는 한 걸음 물러나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생명의 관계자는 “상장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주식시장을 통한 안정적인 자금 확보인데 자산규모 100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할 필요는 없다”고 속내를 토로하기도 했다.

삼성생명이 상장을 통한 엄청난 차익을 눈앞에 두고도 말못할 속앓이를 하게 된 이유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듯이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소위 '순환출자' 구조를 지녔다. 이 순환지배구조의 정점에는 에버랜드 지분 25.1%를 소유한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가 있다.

결국 이 상무는 비 상장사인 에버랜드를 지분을 통해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카드 등의 그룹의 주요계열사들을 지배할 수 있게 됐고, 순환지배구조의 있는 이들 기업들이 나머지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준(準)지주회사를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순환지배구조는 오너가 적은 지분으로도 거대 그룹의 경영권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반대로 오너의 경영상 책임을 묻기 힘들고 소액투자로 그룹의 경영권을 획득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이재용 상무의 경우, 학생시절 비상장사인 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를 수십억의 자금으로 매입, 주식으로 바꿔 에버랜드의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이 상무는 에버랜드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결국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와 순환 지배구조로 연결되면서 결국 향후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하는데 별 지장이 없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2000년 6월 법학교수, 시민단체 등이 이건희 회장과 삼성 임원들이 공모를 하여 CB를 발행한 것은 이 상무의 편법 승계를 위한 것이라며 회사 관계자 33명을 고발해 현재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어렵게 쌓아올린 지배구조의 탑은 삼성생명이 주식시장에 상장이 되면 지배구조가 흔들릴 개연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 상무의 지배구조를 위협하는 불씨는 '금융지주회사법 19조'의 법률규정 때문이다. 이 법규는 금융사가 비(非)금융사를 지배할 수 없다는 규정을 정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선 금융사의 주식 가치가 비금융사의 절반(50%)을 초과할 경우에 해당된다.

이 법규를 삼성생명 상장과 빗대어 보면 삼성생명의 주식(19.34%)가치가 에버랜드의 자산(약 3조2000억원대)의 절반인 1조6000억원이 넘게 되면 적용될 수 있다. 만약 현실화되면 지주회사법에 따라 삼성생명은 에버랜드의 금융자회사가 되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같은 비(非)금융사를 지배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삼성생명은 어쩔 수 없이 삼성전자의 지분(7.2%)를 강제 매각하는 위기에 봉착하게 되고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배사슬이 끊겨나가게 된다.

한마디로 이재용 상무의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구조가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가설이 아니다. 실제로 삼성생명의 현 장외 거래시세를 살펴보면 주당 45만원선만으로 이미 삼성애버랜드의 자산총액의 절반인 1조6000억원에 근접한 상태다.

상장 초기 프리미엄을 감안해 보면 상장 후 삼성생명의 시가가 더 오를 수 있다. 따라서 삼성생명의 주식가치가 에버랜드의 자산가치 50%를 넘을 것이란 것이 증시전문가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이에 대해 삼성 전략기획실(구조본)의 한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상황이 아니다"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다.

삼성측의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생명 상장에 따른 이재용 상무의 지배구조 변동 가능성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받았다. 이 관계자는 "어렵사리 구축한 지배구조의 틀이 깨지도록 관망만 하지 않을 것"이라며 에버랜드의 부채나 자본을 늘리는 방안, 계열사들과의 합병을 통한 몸집 늘리기 등을 포함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성차채권단과 관련된 문제도 삼성이 상장을 고민하게 만드는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채권단이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모두 인수할 경우 지분 17.65%를 획득, 형식상으로는 2대주주가 된다.

따라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상당히 불안해 질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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