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신용정보집중기관 설립을 놓고 금융권 각 협회의 의견이 제각각이다. 금융당국이 공공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적인 별도의 신용정보집중기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은행권에선 새 기구보다 기존체제를 선호하며 반대하고 있다. 보험권에선 협회와 개발원 간 입장차를 보이는 등 내부에서 조차 의견이 갈리고 있는 양상이다.
현재 신용정보가 가장 많이 집중된 은행연합회는 은행은 물론 카드, 증권, 보험 등 모든 금융기관에서 카드 발급, 대출, 연체, 보증 관련 신용정보를 넘겨받아 관리한다. 공공기관의 체납 정보와 파산 관련 정보도 집중된다. 금융회사는 은행연합회에 실시간으로 고객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다른 금융회사 고객의 신용정보도 조회해볼 수 있다. 다른 금융 관련 협회들도 신용정보를 수집할 수 있지만 이들은 해당 업권 내의 정보만 모을 수 있다.
금융위원회가 신용정보를 한 곳에서 관리하는 신용정보집중기관의 설립을 추진 중인 이유는 공공성을 갖는 신용정보를 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민간 협회가 관리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아울러 올해 초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가 발생하는 등 정보 관리에서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보안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높일 필요성이 제기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은행연합회에 신용정보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만큼 은행연합회의 해당 부서를 분리해 독립된 자회사(공공기관) 형태로 만드는 것이 금융당국의 구상이다. 최용호 금융위원회 서민금융과장은 지난 5월 은행회관에서 열린 ‘신용정보 집중체계 개편방안 공개토론회’에서 “정보는 보호하지 않고는 이용할 수 없다”면서 신용정보법의 초점이 이용보다는 보호 쪽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제 발표를 통해 “모든 정보를 한 곳으로 일원화하는 대신 보험정보는 특수성을 감안해 방화벽을 설치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하면 중립성도 확보되고 정보 이용의 효율성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협회 사이에서는 이견이 만만치 않다. 당장 질병이나 수술, 사고 내역 등이 포함된 보험정보를 신용정보와 합쳐 한 기관에서 관리하는 것에 반대하는 의견이 나온다. 은행 등 다른 업권에서 보험정보를 조회해 대출 심사 등에 이용한다면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보험정보를 관리하는 보험개발원은 물론 당초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은행연합회도 반대하고 있다. 보험정보만 따로 관리한다면 지금처럼 보험회사들이 돈을 대는 보험개발원이 할지, 공공기관을 만들어 맡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전문가들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성구 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는 토론회에서 “정보의 공공적 목적 이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보집중기관 설립이 필요하다”며 “따라서 정부의 예산 지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보험정보가 신용정보가 아니면 개인정보에 포함되므로 신용정보의 틀 안에서 특수성이 반영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금융사의 건전성 제고와 마케팅 목적으로 활용되는 것이 목적이면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게 맞다”면서도 “금융소비자 보호와 공정거래 확립을 위해서라면 공적인 별도 집중기관 설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