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팽목항의 기억

입력 2014-05-2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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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민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파주재해구호물류센터 소장

세월호 침몰 사고 6일째인 4월 21일 진도 팽목항으로 내려갔다. 사고 직후 세월호 침몰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구호물품을 보내고, 7.5톤 세탁구호 차량에서 세탁구호 활동을 하던 김삼렬 구호팀장과 교대해서 희망브리지 봉사단과 함께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항구를 따라 끝없이 늘어선 몽골텐트와 그곳에서 숙식하며 상황을 지켜보는 피해자 가족들, 취재하는 기자들, 경찰 그리고 구호관련 단체 및 자원봉사자들 등 수많은 사람들이 뒤섞인 팽목항은 혼돈 그 자체였다.

자식을, 부모를, 스승을, 제자를 차디찬 바다에 남겨놓은 사람들은 깊은 슬픔에 빠졌고, 어떠한 희망도 보이지 않았다. 사고 소식을 접하고 아무 경황없이 진도에 내려온 피해자 가족들을 돕기 위해 세탁봉사에 나섰지만 빨랫감을 내놓는 가족들은 많지 않았다. 사고 발생 후 10일이 지나자 배 안에서 살아 있을 거라고 굳게 믿었던 가족들의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었고, 외침도 달라졌다.

“시체라도 얼른 찾아주세요. 내 새끼 마지막으로 얼굴이나 보고 보내주게…”

사고 발생 후 20일이 지나자 세탁구호 차량으로 가져오는 세탁량이 부쩍 늘었다. 대부분 아이를 찾고 떠난 희생자 가족들이 덮었던 이불빨래가 많았다. 발 디딜 틈 없이 혼잡했던 팽목항은 아직까지 바다에서 나오지 못한 피해자 30여명의 가족들, 그리고 마지막 한 명까지 실종자를 찾을 때까지 팽목항에 남아 피해자 가족들을 돕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과 의료진, 몇몇 취재진만이 남았다.

사고가 발생한 지 25일째 되던 날 구호팀원과 교대를 하고, 팽목항을 떠났다. 이곳을 떠나기 직전 이날 찾은 한 아이의 아버지를 만났다. 한없이 눈물을 흘리던 아이 아버지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얼굴도 못보고 보내줘야 하는 줄 알았다. 얼굴이라도 보고 보내줄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했다.

어른으로서 어린 학생들을 지켜주지 못해 너무 미안했고, 힘들어하는 희생자 가족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서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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