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호·정병기 양심선언?…작년 경영협의회 결정 번복, 왜

입력 2014-05-2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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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전산교체 갈등의혹 증폭…‘감사보고서’ 이사회 묵살ㆍ한국IBM 수혜ㆍ침묵하는 사외이사 등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노조원들이 28일 오전 명동 KB금융지주 로비에서 임영록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노진환 기자 myfixer@

KB국민은행 경영진의 전산시스템 교체에 따른 내분이 오는 30일 이사회를 앞두고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은행 이사회가 사태 악화를 우려해 자체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방침을 철회했지만 갈등을 봉합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란 분석이다.

금융권에선 이번 사태가 단기에 마무리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수천억원 규모의 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해 이건호 행장·정병기 감사와 사외이사 간의 시각차가 큰 만큼 문제 해결이 간단치 않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금융권 인사들은 이번 사태를 놓고 하나같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이건호 행장이 지난해 이사회에서 결정된 사항을 왜 뒤늦게 반기를 들었는지, 정병기 감사가 제출한 감사보고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각가지 의문만 증폭되고 있다.

<1> 이건호, 지난해 결정된 내용 왜 뒤집었나 = 이번 KB금융 내분 사태는 이 행장과 정 감사의 양심선언(?)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사외이사들이 문제로 삼는 것처럼 사태의 발단이 경쟁에서 탈락한 업체인 한국IBM 대표가 이 행장에게 보낸 이메일 한 통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 이메일을 근거로 정 감사가 지난해 이사회에서 결의된 사안에 반기를 든 것이다.

바꿔 말하면 이 행장이 지난해 이미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할 수 있었다는 해석이다.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된 전산시스템 교체 논의는 지난해 11월 은행 경영협의회와 올해 4월 은행·카드 이사회 결의를 거쳐 유닉스 시스템으로의 변경을 확정지었다. 논의가 시작될 당시 이 행장은 국민은행 리스크관리그룹장(부행장)을 담당하고 있었던 터라 이러한 상황들을 비교적 자세히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다. 표면적으로 불거진 전사시스템 교체에 따른 문제보다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수 있는 문제들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2> 정병기, 감사보고서에 무엇이 담겼나 = 정병기 감사는 전산시스템 교체 결정 과정에서 치명적 오류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입장에선 가장 큰 불만은 이런 자신의 지적을 이사회에서 묵살했다는 점이다. 정 감사는 지난 3월부터 내부 조직에서 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해 문제들이 불거졌고, 이에 내부 감사를 통해 문제점을 발견했는데 이사회가 이를 받아 들이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별감사보고서 채택 여부가 30일 이사회의 가장 큰 핵심으로 떠오른 이유다.

감사보고서에는 유닉스 시스템으로의 전환에 따라 발생할 리스크 비용 1000억원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지주측이 유닉스 시스템 전환을 위해 은행 내부 관련조직에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내용들은 지난해 11월 은행 경영협의회에 올라간 보고서에 적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가격 문제뿐만 아니라, 수천억원의 자금이 집행되는 만큼 경영진이나 실무진들의 이권개입이나 리베이트 등 많은 문제들이 들춰졌을 것이란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3> 한국IBM에 국민은행 경영진이 놀아났나 = 한국IBM이 이 행장에게 보낸 이메일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었던 만큼 이번 사태로 수혜를 받은 곳은 한국IBM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민은행은 천문학적 비용을 지불하고 한국IBM과 단기 연장계약을 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기존대로 장기계약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내년 7월 말 한국IBM과 메인프레임 사용 계약이 완료되는 점을 고려하면 늦어도 다음달에는 프로젝트가 착수돼야 한다.

이를 두고 KB금융 경영진은 표면으로 드러나진 않았더라도 한국IBM의 이득만 챙겨줬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IBM에 놀아났는지는 금융감독원의 특별검사 결과를 확인해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 사외이사의 왜 침묵하나 =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유난히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은 의문이다. 이사회에서는 정 감사의 감사보고서 채택을 철저히 배척하고 있다. 정 감사의 감사보고서는 지난 14일 작성돼 16일 은행 감사위원회에 부의됐지만 감사위원회를 구성하는 오갑수·강희복·송명섭 등 3명의 사외이사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행장이 19일 이사회에 직권으로 부의했지만 역시 거부당했다. 지속적인 감사보고서 채택 거부는 지주측의 입김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는 추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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