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대기업 구조조정의 전면에 나서면서 구조조정 작업이 빨라지고 있다. 이르면 이번주 최대 10여개 대기업이 수술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당국은 STX·동양그룹 사태를 계기로 금융시장 안정에 우선순위를 두는 ‘선제적 구조조정’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면서 금융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 방식이 전면 개편되고 있다.
이에 채권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의중에 따라 선제적 구조조정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로 얼마나 대기업들에게 재무구조 개선책을 전달하지 손익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취약한 재무구조로 채권단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기업과는 달리 정상적인 주거래 은행으로써 은행과 기업 간의 관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주채권은행들은 최근 대기업 계열에 대한 1차 재무구조 평가를 마치고, 이르면 이번주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12~13개 대기업계열 기업을 올해 재무구조개선 약정체결 대상으로 선정한다. 또 재무구조 개선약정 체결 대상은 아니지만 이들 그룹에 포함될 우려가 높은 관리대상계열 3~4개 그룹도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재무구조 개선약정 체결 대상 그룹에는 한진, 금호아시아나, 동부그룹을 비롯해 STX조선해양, STX, 성동조선 등 지난해 체결 대상이었던 그룹들이 모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전반적인 경기가 좋지 않은 조선·해운·건설 대기업을 중심으로 6~7개사가 신규 재무구조 개선약정 체결 대상으로 포함될 전망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은행권 신용공여 잔액이 전년 말 금융권 전체 잔액의 0.075%(1조2251억원)가 넘는 42개사를 올해 주채무계열로 분류하고 이들 기업의 재무상태를 평가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은 최근 3~4년간 실적이 크게 악화된 건설·조선·해운 관련 그룹에 최대한 보수적인 평가 잣대를 적용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은행에 전달했다. 채권은행들은 기업의 부채비율, 현금 흐름 등 재무지표와 산업전망 등 비재무적 요소까지 반영했다.
이처럼 대기업 구조조정과정에서 금융당국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채권은행은 기업 회생여부를 판단하고 구조조정 기업자금을 투입할지 여부만 판단해 왔지만 최근 이런 구조가 확실히 달라진 양상이다. STX그룹 구조조정 사례를 보듯 대기업이란 간판에 따른 무작정 채권단의 희생을 강요하다 보면 금융사가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은행이 출자전환한 돈은 1조2000억원 수준으로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였다. STX와 STX조선해양 등의 출자전환이 이뤄진 올해는 1분기 출자전환 금액이 1조5000억원으로 이미 작년 한해 수준을 넘어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에 대해 핵심 자산 매각과 인원 감축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요구할 것이지만, 선제적 구조조정 방안에서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역할 부문이 불명확해 이해관계가 재정립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