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애의 유쾌 상쾌 통쾌] 승자 없는 '반값 비타민' 공방

입력 2014-05-02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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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비타민’ 논란이 거세다. 약국과 고려은단, 이마트에 대한 소비자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대형마트 반값 제품에 대한 불신도 거세졌다. 약국에서 파는 비타민이라도 믿을 수 없게 됐다. 영국산 원료를 고집하는 비타민C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굳혔던 제조사인 고려은단에 대한 시선 역시 달라졌다.

영락없는 자승자박(自繩自縛), 자가당착(自家撞着)의 결과다. 문제는 천연원료 논란을 일으키며 유독 원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고려은단이 약국보다 훨씬 저렴한 제품을 이마트에 내놓으면서 불거졌다.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약국은 폭리를 취하는 모양새로 비쳐졌다.

반값 비타민의 정체는 무엇일까. 원료가 달랐다. 약국서 판매하는 고려은단 비타민은 영국산 원료로 만들어진 반면, 이마트 판매 제품은 중국산이었다.

이에 대한약사회는 지난달 14일 ‘고려은단 비타민 사태-국민·약사 배반행위’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값싸고 저질 원료를 사용해 약국의 반값으로 비타민을 대형마트에 공급한 것은 대국민 사기극이자 눈앞의 이익만 좇는 저급한 상술이라고 비난했다. 고려은단 비타민 제제 퇴출 및 불매운동을 벌이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고려은단도 같은 달 28일 반박자료를 냈다. 약사회가 중국산 원료를 ‘저질 원료’라고 표현한 것을 놓고 “중국산 원료를 사용해 약국에서 판매되는 대다수 제품들도 저질 원료 비타민이냐”고 지적한 것이다.

국내에서 팔리는 비타민의 90%는 중국산이다. 세계시장에서도 이 같은 비율은 비슷하다. 약사회 주장대로라면, 저질 원료인 중국산 원료로 만든 비타민을 약국에서 팔고 있는 것이다. ‘중국산=저질’이라는 공식을 전문가들이 직접 나서 소비자에게 스스로 나서 심어준 꼴이다.

하지만 고려은단 역시 그동안 영국산 원료를 강조하며 ‘화학적 합성원료가 아닌 천연원료를 사용하는 차별화된 비타민’이라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주며 성장해왔다. 갑자기 중국산 원료도 좋은 것이라며 옹호하는 모양새도 그간의 행보와 상반된다. 결국 양측 간 ‘자가당착’을 주거니 받거니 한 것이나 다름 없다.

‘반값 제품’ 열풍의 주역인 이마트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복잡한 유통 과정을 축소해 좋은 품질의 제품을 반값에 선보인다는 것이 이마트가 그동안 강조한 판매 전략이다. 그러나 원산지가 다른 것이 반값 비타민을 가능케 했다.

이마트는 비타민은 원산지를 표기하는 규정이 없어 원산지를 표기하지 않았을 뿐, 소비자를 속일 의도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국산으로 표기했다면, 소비자들의 구매 행렬이 이어졌을까. 이마트는 반값 비타민이 중국산이라는 점을 의도적으로 알리고 싶지 않았던 건 아닐까.

건강기능 식품의 성장으로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비타민 시장을 채널과 제조사가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 비타민 제품 전반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은 가중되고 있다. 벼룩을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모두 불태우는 어리석음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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