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규제와의 전면전을 선포하면서 부처들이 족쇄 풀기 경쟁에 나서면서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규제 정책이 자칫 이벤트 정책, 선심성 행정으로 변질돼 그 피해가 중소기업이나 서민과 중산층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는 지난 10일 복권 제도 발전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고 외부 컨설팅 업체인 인포마스터가 수행한 ‘복권 제도 중·장기 발전방향 연구용역’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원활한 총리실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정하는 복권의 매출 총량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복권산업 육성이 저소득층 지원 등을 늘릴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복권 판매를 제한하는 매출규제를 풀겠다는 정부 방침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규제완화 바람을 탄 복권규제 완화는 사행성만 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 여론이 커지고 있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분양가 상한제를 필요없는 규제라고 판단, 부동산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에서만 적용하도록 재추진키로 합의한 것을 놓고도 논란이 분분하다. 야당 등은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면 분양 가격이 올라 서민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그린벨트 용도 변경 허용도 선심성 규제완화 정책이라는 비판에 부딪히고 있다. 개발제한구역에 주거가 아닌 근린상업시설이 들어설 경우 도심외곽의 난개발을 초래하고 주변 녹지도 훼손될 것이라고 시민단체들은 지적한다.
김춘이 환경운동연합 국제·정책팀 팀장은 “경제를 살린다며 정부가 사회적 합의 없이 그린벨트 해제지역 확대, 산지규제 완화, 갯벌매립 등을 밀어부칠 경우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의 반발만 야기해 사회적 비용만 더욱 증가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범정부 차원의 규제개혁 바람에 부처에서도 반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규제개혁을 총괄하는 국무조정실에 규제감축 목표 할당치를 줄여달라고 요구했다. 담합 금지, 불공정거래 금지 등 경제활동에서 꼭 지켜야 할 준칙으로서 필요한 규제까지 감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묻지마성 규제 완화는 국가적 안전장치인 선한규제마저 훼손할 수 있으므로 규제 대상과 범위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고 사회적 대화와 세밀한 검증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부소장(변호사)은 “공익을 크게 해친다고 판단되는 규제에 한해서만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며 “박근혜 정부 임기 말까지 규제의 20%를 없애겠다는 양적인 목표 달성에만 치중할 경우 필요한 규제까지도 없어진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