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년 만에 3%대로 진입했다. 전년보다 경기 회복세가 더 뚜렸해졌고, 2년 연속 2%대를 기록하는 저성장 기조도 개선됐다. 하지만 성장률이 3%를 기록한 것은 GDP 통계 개편 효과가 상당한 영향을 미침에 따라 기존 3%대에 달하는 경기체감 효과를 느끼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26일 ‘2013년 국민계정(잠정)’ 자료를 통해 국민계정 기준년을 2005년에서 2010년으로 개편함과 동시에 새 국제기준인 ‘2008 국민계정체계(SNA)’를 반영해 2000~2013년 GDP 수치를 새로이 발표했다.
새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실질 GDP 성장률은 3.0%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의 2.3%보다 0.7%포인트나 증가한 것이다. 또 지난 2011년 3.7% 이후 2년 만에 3%대다.
하지만 기존 3%대에 이르는 경기체감을 느끼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GDP 통계개편을 적용하기 전에 작년 실질 GDP 성장률 속보치는 2.8%였으나 새 국제기준을 적용하면서 3%대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실질 GDP 성장률이 3%대로 진입한 것은 경기회복세도 있지만 GDP 통계개편의 결과도 영향을 미쳤다”며 “실제로 2000~2012년 중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4.2%로 구계열 성장률(3.9%)에 비해 0.3%포인트 상승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번 국민계정 개편을 통해 종전 비용으로 처리했던 연구개발(R&D), 오락·문화 작품 및 예술품 원본 등 지식재산생산물과 무기시스템을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처리했다. 지식생산 활동과 미래소득 흐름 간 괴리가 발생하는 비일관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정부의 소비 지출로 인식되던 일부 무기시스템(전투함, 군함, 탱크 등)도 자산으로 처리함으로써 국방무기시스템에 대해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도록 했다. 아울러 국제간 거래를 더 정확하게 포착하기 위해 가공무역, 중계무역 등 글로벌 생산 활동의 거래발생 시점을 ‘국경통과’에서 ‘소유권 이전’으로 변경했다.
특히 우리나라 2008 SNA 적용에 따른 2010년 명목 GDP 증가효과는 5.1%포인트로 미국 3.5%포인트, 호주 1.5%포인트, 캐나다 1.3%포인트와 비교해 더 크다.
한은 관계자는 “GDP 새 국제기준 이행에 따른 우리나라 GDP 베이스업 효과가 상대적으로 큰 것은 R&D 자산화와 가공무역과 중계무역 처리 변경에서 주로 기인했다”며 “우리나라의 R&D 지출은 2010년 기준으로 세계에서 3번째로 높고 반도체,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주요 기업의 해외 임가공 및 중계무역이 활성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또 지난해 1인당 GNI는 2만6205달러(약 2869만5000원)로 2012년의 2만4696달러보다 1509달러(6.1%) 늘었다고 발표했다.
2007년 2만달러에 진입한 1인당 국민소득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시 1만달러대로 떨어졌다가 반등했다. 하지만 2011년 2만4302달러에서 2012년 2만4696달러로 394달러 늘어나는 등 증가폭은 둔화했다.
2013년 중 실질 GNI는 작년보다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 GNI는 물가 등을 감안한 국민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GDP를 경제활동별로 보면 모든 부문에서 호조세를 나타냈다. 제조업의 성장률이 3.3%로 전년의 2.4%에 비해 0.9%포인트 늘었다. 서비스업은 2.9%를 기록, 2012년(2.8%)과 비슷한 성장세를 보였다. 건설업 생산은 1년 전에 비해 3.6% 늘면서 플러스로 전환됐다. 농림어업도 전년의 0.9%에서 5.8%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총저축률은 34.4%로 전년(34.2%)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국내총투자율은 전년(30.8%)에 비해 2.0%포인트 낮아진 28.8%로 집계됐다.
민간부문의 총저축률은 27.7%로 전년(26.6%)에 비해 1.1%포인트 높아졌지만 정부 부문은 전년(7.6%)보다 0.8%포인트 낮아진 6.8%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