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삼성전자가 SW업체를 강제로 내쫓은 이유 - 김광일 부국장 겸 뉴미디어실장

입력 2014-03-1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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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스마트폰시장의 절대 강자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채택되는 SW의 대부분이 인도산 SW로 채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삼성전자, LG전자가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눈부신 약진을 하고 있지만, 국내 모바일 SW산업계에 사형선고가 내려진 것은 이미 1년이 훨씬 넘는다.

국내 모바일 SW산업 생태계가 처절하게 파괴되고 있는 것은 삼성전자가 그간 본사에 입주시켜 개발을 진행해온 스마트폰용 SW개발회사를 최근 2년여에 걸쳐 모두 내보겠기 때문이다. 내보낸 것뿐만 아니라,인도를 선택했다. 삼성전자는 왜 스마트폰용 SW개발 납품사에 일제히 방을 빼라고 했을까?

SW업계에 있어 스마트폰시장은 매우 중요하다. 마켓사이즈도 크지만, 컴퓨터인 스마트폰 자체가 SW덩어리이기 때문이다. 기술과 시장을 선도하는 스마트폰용 SW는 그래서 삼성전자에도, SW개발사에도 중요하다.

삼성전자가 그간 SW개발사를 회사 안에 입주시켜 운영해온 것은 최첨단 스마트폰 신기술의 경우 스펙을 딱 정해 개발용역을 주기보다는, 늘 협의하고, 공동개발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기술 및 신모델 노출 우려 등 보안관리 차원에서도 필요했다.

삼성전자가 토종 모바일 SW개발사를 내몰고 인도 SW회사로 몽땅 교체한 것은 비정규직 근로자가 2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할 자격이 생기는 새로운 근로기준법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삼성사업장 내에 입주한 협력업체 직원들이 삼성전자 직원으로부터 직접 업무지시를 받는 상황과, 2년이상 근무를 내세워 삼성을 상대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100%라고 확신한 듯하다.

현대자동차 사태에서 이미 사태의 심각성을 예견한 삼성전자는 납품 SW개발사를 모두 내보내고 대신 인도 SW회사를 선택하는, 국내 SW산업계 입장에선 최악의 선택을 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인도 뱅갈로에서 'SW개발자데이'를 열기 시작한 게 2011년쯤부터다.

협력사 직원들이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빌딩을 점거, 데모하고, 협력사 비정규직 직원을 저임금으로 착취하며 대주주 회장 배를 불리고 있다는 진보언론의 비판여론을 삼성전자는 이미 일찌감치 간파하고 예견했다고 봐야 한다.

삼성전자는 법 때문에 국내 토종 스마트폰용 SW를 외면할 수밖에 없었고, 이로인해 모바일 SW생태계는 이미 황폐해진 상태다. 그 많던 삼성전자 휴대폰공장 주위 수십여개 SW납품사들 역시 이젠 흔적도 찾기 힘들다. 반면 삼성전자 수원 모바일연구소에는 오늘도 덥수룩한 수염의 인도 개발자들이 북적댄다.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를 암 덩어리로 규정하며 연일 강성발언을 쏟아내지만, 산업계를 옥죄는 규제 암덩어리는 지금도 공무원들에 의해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월 27일,글로벌SW 전문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4000억원을 쏟아붓고,대형 SW개발프로젝트 1건에 1000억원을 투입한다는 내용의 '선도형 SW R&D추진계획'이라는 통근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세계 최고 글로벌 스마트폰업체인 삼성전자가 국내 모바일 SW업체를 내팽개칠수 밖에 없어 인도로 달려간 게 벌써 2년 가까이 되고 있지만, 미래부는 여전히 수천억원 국민혈세를 앞세워 글로벌 SW업체를 키울수 있다고 우긴다.

세계 최첨단 모바일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기업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사례는 박근혜 대통령의 규제혁파 발언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박근혜대통령은 지금 창조경제가 왜 실패작인지, 왜 미래부 정책이 벤처생태계복원의 기폭제역할을 하기는 커녕, 헛발질을 연속하는지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박대통령은 이제 정책총괄 권한도,예산도,심지어 범정부적 컨트롤타워 기능도 없는 고장난 미래부 최문기호를 통해 창조경제의 성과를 만들어낼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창조경제란 단어에 얽메이지 말고, 새롭게 판을 짜야 한다. 창조경제 1년이 지나도록 실효성있는 성과가 전무한데, 무엇을 망설이는가? 박근혜 정부는 외면하고 싶겠지만, 고장난 창조경제를 새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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