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영의 경제 바로보기]다이아몬드펀드, 키코, 다음은?

입력 2014-02-1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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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

다이아몬드펀드 사건은 1997년 IMF 금융위기 때 발생해 보람은행, 선경증권(현 SK증권), 한남투신 등 당시 국내 주요 증권사의 줄도산의 원인이 됐다. 키코 사태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문제가 돼 많은 수출기업이 문을 닫았고 현재까지 관련 소송이 계속되고 있다. 흥미롭게도 두 사건의 문제가 됐던 파생상품은 구조, 시장여건, 피해상황 등이 무서울 정도로 똑같다.

다이아몬드펀드는 투자은행인 JP모건이 -3% 정도로 빌려주는 자금으로 인도네시아 루피화 표시 채권 등에 투자하는 펀드다. 한국의 금융기관들은 마이너스 금리로 차입하는 대신 일본 엔화 가치가 태국 바트화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 상승하면 대출자인 JP모건에 엔화가치 상승분을 보상하는 조건이었다. 1997년 초반까지는 동남아 국가의 환율은 안정돼 있었고 채권의 수익도 높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1997년 여름부터 동남아 금융위기로 태국 바트화 가치가 폭락하고 엔화 가치는 폭등해 한국의 차입 금융기관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손실을 입었다.

키코 사태는 2006~2007년 은행들이 수출기업에 외형적으로 수수료 없이 환율 하락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파생상품을 팔면서 발생했다. 키코는 원·달러 환율이 일정 밴드(예 950~900원)에 있을 때는 은행이 환율하락 위험을 보장해 주지만 밴드 밑으로 떨어지면 은행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또 환율이 밴드를 크게 넘으면(예 1000원 이상) 수출기업은 계약금액의 2배 또는 그 이상의 달러를 사서 계약환율(예 950원)로 은행에 팔아야 한다. 즉 환율이 크게 오르면 수출기업은 이익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큰 손해를 보는 구조였다. 2007년 중반까지는 환율이 900원대 초반에서 하향 안정세를 유지했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발발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2009년에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서면서 키코에 가입한 많은 수출기업이 도산했다.

한 번 일어난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수 있지만 두 번 일어난 일은 반드시 다시 일어난다는 외국 속담이 있다. 비슷한 일이 또 발생한다면 무엇일까? 인간이 미래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ELS라고 불리는 주식연계증권이 하나일 수 있다. ELS는 종류가 많지만 대부분 수익률이 코스피나 홍콩항셍의 주가지수 또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특정 종목주가에 연계돼 결정된다. ELS는 연계된 주가지수나 특정 종목의 주가가 일정 기간(예 3년)동안 일정비율(예 40%)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예금금리보다 높은 연 6% 정도의 이자를 지급한다. 반대로 연계된 주가지수나 종목의 주가 중 어느 것 하나라도 정해진 비율 이상 하락하면 하락 비율에 따라 원금 손실도 발생할 수 있다. 즉 주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 정기예금보다 3% 정도의 이자를 더 받지만 만에 하나 잘못되면 원금의 상당 부분을 날릴 수도 있다. 예금금리가 낮아서인지 이러한 ELS가 은행이나 증권사 등에서 많이 팔리고 있다.

다이아몬드 펀드, 키코, ELS는 모두 정상적 시장 상황이 유지되면 한국의 투자자들은 약간의 이익을 얻고 위기 상황이 오면 엄청난 손실을 입는 구조다. 한국의 투자자들이 위기에 대한 보험자 역할을 하고, 반대편 투자자(주로 외국인 투자자나 투자은행)은 위기 시 위험을 회피하거나 큰돈을 번다. 다이아몬드펀드는 금융기관이, 키코는 수출기업이 큰 손해를 봤다. ELS가 문제가 된다면 주로 개인이 손해를 볼 것이다.

위기는 언제 올지 모른다. 한국에서 발생할 수도 있고 다른 나라에서 발생해 우리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올해 초부터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진행되면서 아르헨티나, 터키, 인도 등의 금융상황이 매우 나빠지고 있다. 중국도 급격한 경기 후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위기가 먼 곳에 있지 않은 이유다.

위기가 오면 주가 폭락, 경기 후퇴, 실업 증가 등이 발생한다. 이와 함께 수많은 ELS 투자자들의 손실까지 가중된다면 국민의 고통은 훨씬 커질 것이다. 늦었지만 한국의 투자자들이 위기의 보험자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현재 받고 있는 보험료 성격의 약간의 이익이 위기 시 예상되는 손실과 비교해 적절한지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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