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석유화학 업계의 2013년도 경영 성적표는 처참하다. 대다수 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고, 4분기엔 일부 적자전환한 기업도 나왔다. 정유업계는 정제마진 악화로, 석유화학업계는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과 제품가격 하락에 고배를 마셨다.
우리나라 수출효자 중 하나인 정유업계는 지난해 주력 사업인 원유정제 부문에서 실적 악화에 시달렸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매출 66조6747억원, 영업이익 1조381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9.1%, 18.7% 감소한 실적을 올렸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엔 영업손실 251억원, 당기순손실 843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으로 SK이노베이션이 영업적자를 낸 것은 2012년 2분기(1028억원) 이후 처음이다. SK이노베이션의 정유사업 자회사 SK에너지는 지난해 309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에쓰오일도 지난해 실적 쇼크를 겪었다. 에쓰오일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31조1585억원, 399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0.3%, 48.9% 감소했다. 역시 석유화학(5654억원)과 윤활기유(1556억원) 부문에서 이익을 실현했지만, 정유사업이 321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아직 집계가 안 된 현대오일뱅크도 대규모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GS칼텍스는 국내 정유4사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9001억원)이 전년보다 76.1% 증가했다.
정유업계의 실적 악화는 연 평균 정제마진이 배럴당 0.7달러 하락한 영향이 크다.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2012년 평균 배럴당 3.2달러에서 지난해에 2.5달러로 떨어졌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초 중국과 신흥국 중심으로 수요가 늘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경기 침체가 하반기까지 계속되면서 석유제품 가격 상승을 가로막았다”고 설명했다.
올해 업황 전망은 분분하다. 일본, 호주의 대규모 정제설비 폐쇄로 고품질 석유제품 가격이 일부 상승하고 수급 환경도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중국과 인도네시아 정제시설 증가에 따른 공급량 증가로 단기간 정제마진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혼재한다.
석유화학 업계의 경우 LG화학은 지난해 연간 매출 23조1436억원, 영업이익 1조743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0.5%, 8.8% 줄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1조2706억원으로 15.6% 급감했다.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해 폴리염화비닐(PVC)과 기능성 합성수지(ABS) 등의 석유화학제품 수요 감소, 전자정보 소재의 경우 전방산업인 디스플레이 업황 부진의 영향이 컸다.
금호석유화학도 힘든 한해를 보냈다. 금호석화는 지난해 연간 매출 5조1321억원, 영업이익 134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12.8%, 40.0% 감소한 실적을 보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인한 전방산업인 타이어 수요 부진과 합성고무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정밀화학은 지난해 적자전환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연간 매출 1조3141억원, 영업적자 203억원을 기록했다. 유럽 건축시장과 제약시장에서 삼성정밀화학의 주력제품인 메셀로스와 애니코트 수요가 줄면서 제품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업계 전반적인 분위기와 달리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매출, 영업이익이 각각 16조4400억원, 4874억원으로 전년 대비 3.4%, 31.1% 증가하는 호실적을 냈다. 하지만 2012년에 실적이 크게 부진했던 만큼 경쟁 업체들에 비해 선방한 수준이라는 시각이 많다.
올해 석유화학 업계는 불안 요소는 상존해 있지만 신규 설비 가동 등으로 다소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셰일가스, 석탄화학 등 저가제품 공세, 중국 자급률 향상 등의 장애 요소가 있지만 올해는 신규 설비 가동 등으로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3%대의 신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