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 주요국이 보조금 딜레마에 빠졌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주요 신흥국 경제는 급격한 연료 가격 상승으로 무역적자 확대와 경제 성장 둔화라는 문제에 직면했다고 FT는 전했다.
브렌트유는 달러 기준으로 2008년 고점보다 낮은 수준에 거래되고 있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 통화 랜드와 터키 리라 기준으로는 사상 최고 수준이다.
브렌트유 가격이 지난해 사상 최고 수준을 찍으면서 ‘5개 취약국(Fragile Five)’으로 분류되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브라질은 수입물가 부담이 커졌다고 FT는 설명했다.
신흥국 입장에서 통화 가치 하락에 따른 상대적인 연료가격 상승을 방치하면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고 소비심리가 위축된다. 그러나 이를 타개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면 이미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는 예산적자가 확대된다는 설명이다.
컨설팅기관 에너지아스펙트의 암리타 센 대표는 “통화 가치 하락과 유가 상승은 에너지 수요 중심으로 성장하는 신흥시장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신흥국은 그동안 산업화의 영향으로 대규모 원유 수입국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최근 통화 가치 하락으로 원유 수입 비용이 급증하면서 성장에 족쇄가 되고 있다.
남아공 정부는 지난달 31일 휘발유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 주 배럴당 1210랜드를 웃돌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터키에서는 유가가 지난해 4월 이후 40% 올랐다.
월터 데 웨트 스탠더드뱅크 원자재 부문 연구책임자는 “(유가 상승은) 신흥시장에 역풍”이라면서 “유가가 오르면 소비자들은 다른 제품의 소비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해 10월 “2014년 예산의 11%는 연료 보조금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인도네시아 루피아 가치가 현재 정부의 전망보다 20%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어 연료비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라고 FT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