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영의 너섬만필]의료계 자중지란 '유감'

입력 2014-01-1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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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요 현안을 놓고 같은 편 안에서 싸움이 일어나는 ‘자중지란’이 심심치 않게 목도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개헌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음에도, 여권 내부에서는 ‘개헌론’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신구 정권을 대표하는 7선의 서청원 의원과 5선의 이재오 의원의 충돌이 그것이다.

경남지역 최대 이슈인 경남은행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로 BS금융지주가 선정된 가운데, 지역환원 주체 간의 자중지란도 볼썽사납다. 지역환원을 주장해온 경남지역 범도민대책위와 상공인 중심의 인수추진위 등이 제각각의 셈법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막장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자중지란의 대미(大尾)는 의료계가 장식하고 있다. 정부와의 ‘밥그릇’ 싸움에 앞서 내부 교통정리가 되질 않다 보니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비열하게 다투는 ‘이전투구’ 양상으로 번지면서 자중지란의 전형을 보이고 있는 것.

영리병원 허용이나 원격의료 도입을 놓고 보건의료단체마다 속내가 서로 다른 탓에 ‘세’를 규합, 투쟁동력을 이어가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보건의료정책을 두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던 초기의 기세등등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투쟁 대열은 어느새 금이 갔다.

알다시피 대한의사협회는 오는 3월 3일을 총파업 시점으로 결의하며 투쟁 의지를 한껏 고취했다. 하지만 채 얼마 지나지 않아 투쟁대열에 함께 섰던 대한병원협회가 반기를 들고 나섰다. ‘병원 문을 닫고 파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실상 총파업 불참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의료계의 양대 축인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사이의 이견이 확인된 셈이다. 병원협회는 의사협회의 독주가 못마땅하다고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한술 더 떠 정부와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의사협회를 압박했다.

결국, 보건복지부에 의정협의체 구성을 공식 제안한 의사협회는 국민여론조사 결과를 내놓고 분위기 반전을 꾀했지만, 이 역시 뜻대로 되지 않는 모양새다. ‘국민 대다수가 원격의료·의료법인 자회사 허용에 반대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오히려 신뢰도를 공격받고 있다.

의료계 자중지란으로 사실상 파업동력을 상실했다는 분석마저 나오면서 한시름 던 쪽은 정부다. 사실 보건의료 정책을 놓고 자중지란을 보인 쪽은 정부와 여당인데도 말이다. 이들이 입장을 조율하며 궤도를 수정하는 동안 의료계는 균열의 틈을 더욱 확대하고 말았다.

하지만 아직 반전 카드는 남아 있다. 바로 ‘건보수가 현실화’가 그것이다. 적전 분열한 의료계도 이 문제만큼은 뜻을 함께하고 있다. 정부도 현재의 건보수가가 비현실적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르면 내주부터 정부와 의료계 간의 협상 채널이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국가 보건의료 정책을 책임지는 정부와 의료현장에서 이를 실질적으로 실행하는 의료계, 또 의료계 내부 갈등으로 ‘국민건강’이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 보건의료 주체들이 벌이는 작금의 자중지란으로부터 국민건강을 담보할 수 있는 묘책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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