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내년 1월 8년의 임기를 끝으로 퇴임할 예정인 가운데 벌써부터 그에 대한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현지시간) 버냉키의 8년에 대한 분석기사에서 그의 금융정책이 요술을 부릴 수 없다는 게 드러났지만 그가 7주 후 연준을 떠날 때에는 고개를 들고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다소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FT는 버냉키에 대한 평가와 관련해 두 가지 이슈를 제기했다.
신문은 우선 금융위기 발생에 대한 책임 소재를 따졌다.
버냉키는 주택 및 금융의 거품이 만들어진 2002년부터 2006년까지 금융정책에 참여했으며 2005년에는 당시 대통령이었던 조지W.부시 대통령에게 주택가격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대부분의 경제학자와 마찬가지로 주택가격의 위험이 금융위기까지 부를 수 있다는 연쇄위험은 경고하지 않았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FT는 두 번째 이슈로 금융위기 동안에 그가 펼친 정책에 대해 평가했다.
금융위기가 발발한 이후 1년 6개월 동안 미국은 자산 가격 하락, 생산 감소, 은행 도산 등 대공황의 전철을 따라갔지만 이후 미국 경제는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신문은 이에 대해 금융위기 당시 버냉키가 펼친 정책이 옳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카르멘 레인하트 하버드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버냉키의 통화정책은 경기 회복에 크게 기여했다”며 “이전 경제위기 때와 비교하면 버냉키에게 높은 점수를 줘야한다”고 말했다.
FT는 버냉키 시대에 펼쳐진 정책과 이에 대한 결과를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가 채권을 대량으로 매입하는 양적완화를 펼친 결과 실업률이 6.5%까지 떨어졌고 물가상승률은 1.8%로 끌어올려 연준의 목표치(2.0%)에 가까워졌으며 미국의 1인당 생산량도 2007년보다 증가해 캐나다와 비슷한 수준이 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신문은 리먼 브러더스를 파산하도록 한 조치는 여전히 논란으로 남아 있다며 비판적인 입장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