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몸살 앓는 금융권] 카드사 “대출금리 1%P 내리면 수익 1000억 증발”

입력 2013-11-2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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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대출금리 모범규준’ 만들어 20% 초반금리를 10% 중후반 조정

“손익이 전년 동기 대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카드사들은 이미 3~4년 전부터 비용절감을 해왔지만 영업 환경도 좋지 않고 수익성도 나빠져 내년에도 성장이 불투명한 상황입니다.”(A 카드사 임원)

가계부채 대책의 일환으로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규제가 이어지면서 카드업계의 한숨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11년 초부터 시작된 정부의 전방위 규제는 현재 카드론ㆍ현금서비스 등의 대출금리 인하만을 남겨두고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되고 대출 사업에 대한 규제마저 강화되자 과도한 규제가 시장의 자율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삼중고’ 카드업계, 영업 규제에 금리까지 뚝 = 국내 신용카드사의 영업수익구조는 크게 카드수익과 할부금융수익, 리스수익, 신기술금융수익 등으로 구성된다. 이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카드수익은 신용판매수익과 현금대출수익으로 구분된다.

카드사의 수익구조를 살펴보면 신용판매수익이 일시불 판매 위주로 돼 있고 가맹점 수수료로 수익을 올려아 하는 취약한 구조를 안고 있다. 또한 현금서비스 등 대출수익으로 수익의 상당 부분을 실현해야 하는 현실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1년 6월 신용카드 자산의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을 강화해 외형성장을 억제한 데 이어 ‘카파라치’ 제도를 도입, 무분별한 카드 발급을 자제토록 했다.

카드사들의 마케팅이 과열 조짐을 보이면서 미등록 모집, 길거리 모집, 과다 경품제공, 타사 카드 모집 등 신용카드 불법 판매영업에 제재를 가한 것이다.

또 같은 해 12월 금융당국은 가맹점 수수료 규제로 가맹점에 비용을 전가하는 행태를 억제시켰다. 중소 영세 가맹점의 수수료는 낮추고 대형가맹점은 올리는 형태로 수수료 체계를 전면 개편한 것이다.

가맹점 수수료율을 법적·제도적 장치 없이 카드사의 자율적 결정에 맡기다보니 카드사들의 이익추구와 가맹점의 협상력에 따라 좌우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따라 협상력이 없는 중소 영세 가맹점들은 전혀 대응하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 가맹점 수수료에 0.1% 차이가 난다고 가정하더라도 월 매출이 수십억원 또는 수백억원에 달할 경우 수수료 차이는 상당한 규모가 된다.

여신금융협회는 수수료 개편안이 시행되면 카드사들의 연간 수수료 수익이 8739억원(카드사 마진율 미반영) 감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제 카드업계는 현금서비스·카드론 등의 대출금리 인하라는 고비를 남겨두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카드사들이 고금리 대출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되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출금리 모범규준’을 마련해 지난 8월 발표했다. 모범규준이 적용되면 현재 20%를 상회하는 카드대출 평균금리가 10%대 중·후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전업계카드사의 현금서비스 평균금리는 21.7%, 리볼빙의 평균금리는 20.4%다. 업계는 평균금리를 1%포인트 인하할 경우 수익이 1000억원 넘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한국 신용카드 업계가 정부 규제 강화로 인해 앞으로 계속 수익성에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신용카드사들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이 지난 2006∼2010년의 5.6%에서 올해 하반기에는 약 2.2%로, 내년에는 약 1.9%로 떨어질 것이라고 피치는 예상했다.

◇ 본업이냐 부대사업이냐, 카드 업계의 고민 =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대출영업 규제에 이어 금리마저 인하된다면 벼랑 끝에 몰리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과도한 규제가 오히려 시장 왜곡 현상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되면 카드사들은 연회비 증가 또는 부가서비스ㆍ할부서비스 축소를 통한 비용감소를 꾀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카드 소비자의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

금융감독원의 ‘신용카드 부가서비스 축소 현황’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지금까지 총 2만1393개 신용카드 상품과 5억3470만7000장에 이르는 발급카드의 부가서비스가 축소됐다.

특히 이런 부가서비스 축소는 2012년 한해에만 총 257개 상품, 발급카드 수로는 총 1645만3000장의 카드 부가서비스가 축소되는 등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으로 카드 수수료율이 조정된 지난해에 집중적으로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이은 규제에 카드업계에서 볼멘소리가 나오자 금융당국은 카드사의 본업 이외에 △매출정보(빅데이터)를 활용한 컨설팅사업 △디자인·상표권 사용 △금융교육 △지급결제대행업(PG) 등 4개 부대사업을 허용했다. 금융상품 쪽에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으니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준 것이다.

하지만 ‘BC 아카데미’로 금융기관 직원 대상 신용카드 교육사업을 시작한 BC카드 외에는 신규 부대사업에서 먹거리를 찾는 카드사는 전무한 실정이다.

한 전업계 카드사 관계자는 “부대사업에 대해 사업성 검토를 다 해봤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투입되는 비용 대비 이익률이 약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카드시장이 성숙 단계를 지나 파이를 더 이상 키우기 힘들다는 것을 알지만 해외 진출은 규제가 심하고 카드사 단독 진출에는 한계가 있어서 신사업을 구상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부대사업들이 바로 사업으로 연결돼 성과가 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라면서 “시간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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