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5월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은 대한전선을 비롯해 2010년 성동조선, SPP조선 자율협약, 올해 2월 웅진그룹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6월 쌍용건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STX·동양그룹 구조조정 등 기업 부실이 몇 년새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은행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비율은 3분기 연속 상승하며 전분기에 이어 또 한번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 3분기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지난 2011년 6월(1.73%)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인 1.80%를 기록했고 부실채권 규모 역시 25조8000억원으로 2년 반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특히 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기업여신 부실채권 비율은 2.33%까지 치솟으며 지난 2011년 3월 말(2.71%)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앞으로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8일 발표한 올해 구조조정 대상 중소기업은 지난해보다 15.5% 늘어난 112곳에 달한다. 여기에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대기업 그룹의 부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키움증권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상선, 동부, 한진, 한라, 대성산업, 한진중공업, 동국제강, 두산그룹 등 8개 대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신용위험)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개 대기업 그룹의 평균 차입규모는 지난 2008년보다 51.8%나 급증한 7조5000억원이며 평균 부채비율도 75%포인트 오른 245.1%에 이른다.
최근 동양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던 시장성 부채(기업어음, 회사채) 비중도 높다. 8개 대기업 그룹의 시장성 부채 비중은 51.5% 수준으로 동양그룹 등과 비교할 때 낮지 않다는 평가다.
경제개혁연구소가 발표한 그룹 재무현황 분석 자료를 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62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중 공기업집단 8개, 금융그룹 4개,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 등이 진행 중인 그룹 4개를 제외한 46개 그룹(비금융계열사) 가운데 20개 그룹이 높은 부채비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결 부채비율이 300% 초과하는 그룹은 9개, 200% 초과하는 그룹은 11개에 달한다.
부채비율이 높으면서 연결 이자보상배율이 높은 그룹도 상당수 존재한다. 이자보상배율은 이자비용 대비 영업이익으로, 이 수치가 1 배 미만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할 수 없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향후 ‘경기침체 장기화-기업 수익성·상환능력 악화-기업 부실-은행권 자산건정성 악화’ 등의 사이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 것이다.
금융당국이 주채무계열 편입기업 확대 등 기업 구조조정 개선안을 내놨지만 이미 기업 부실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은행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