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헌재에 맡긴 ‘칼자루’- 윤필호 정치경제부 기자

입력 2013-11-0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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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헌법재판소에 국민들의 시선이 몰렸다. 종북논란의 중심에 선 소수정당의 운명을 결정짓는 의미 이외에도 유신정권 이후 실체가 불분명했던 ‘종북’의 기준선을 가른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남다르다.

헌재가 거대한 정치 담론의 해결사 역할을 감수하는 모습은 국민들에게도 어느 정도 익숙한 모습이다. 지난 2004년 5월 헌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기각시켰고, 이어 10월에는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이번 사안에서도 헌재에게 쥐어진 칼자루의 무게는 그때와 마찬가지로 무겁다. 자칫하면 3권분립 원칙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정당의 해산심판을 청구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의원직 상실 결정을 위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헌재의 결정이 ‘창설적 효력’ 즉, 새로운 법률적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판례는 새로운 헌법질서를 창출하는 동시에 향후 정당 해산 결정에 중대한 기준점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은 헌재가 정치적 논란으로부터 휘둘리는 일 없이 법무부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청구와 관련한 법리를 엄중하게 따질 것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는 법무부의 발표와 함께 부지런히 계산을 하며 각각 입맛에 맞는 ‘정치적’ 주문을 남발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제 막 청구안이 제출됐음에도 의원직 상실을 가정한 세비 환수를 벌써부터 논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고, 민주당 역시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종북’ 논란을 피하면서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정치권은 이번 문제에서 행정부가 입법부의 힘을 제한하는 전례를 만들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가뜩이나 국민들의 정치혐오로 힘을 잃어가는 국회가 정치적 셈법에 매달려 더 큰 것을 잃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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