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기업이 늘면서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투명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몰아주기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주회사 전환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비중은 민간 대기업 집단 보다 높았으며 지주회사 체제 밖 회사의 경우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를 많이 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6일 발표한 ‘2013년 지주회사 현황’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지주회사는 총 127개사로 1년 전에 견줘 12개(10.4%)가 추가됐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소속 지주회사는 32개사로 작년보다 2개 늘었다. 한진칼 등 3개사가 지주회사로 설립·전환되고 지주회사였던 아모레퍼시픽이 대기업집단으로 신규지정돼 4개사가 증가한 반면, 동부인베스트먼트 등 2개사가 지주회사에서 제외된 데 따른 것이다.
올해 4월 지정된 62개 대기업집단 중에서는 지난 2007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된 아모레퍼시픽이 대기업진단으로 신규 지정돼 작년보다 1개 늘어난 16개 집단(전체의 25.8%)이 ‘지주회사 전환 대기업집단’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주회사 전환 대기업집단은 지주회사 체제 내에 자산총액이 가장 큰 계열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를 말한다.
지주회사의 평균 부채비율은 37.2%로 공정거래법의 규제 수준(200%)보다 훨씬 낮았다. 42.5%를 기록했던 작년에 비해선 5.3%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또 지주회사 전환 대기업집단의 주요 지주회사의 평균 부채비율도 32.4%로 전체 대기업집단 평균 부채비율(108.6%) 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었다. 지주회사별로는 (주)웅진홀딩스가 자본잠식 상태였으며, 하이트진로홀딩스(주)(87.4%), (주)코오롱(71.3%), (주)두산(61.1%), SK(주)(43.2%) 순으로 부채비율이 높았다.
지주회사의 평균 자회사 수는 5.4개, 손자회사 수는 5.5개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보였다. 자회사와 손자회사에 대한 평균 지분률은 각각 76.4%, 76.6%로 법률상 요건보다 상당히 높았다. 일반 지주회사는 상장 자회사의 지분율을 20% 이상, 비상장 자회사는 40% 이상 보유해야 한다. 금융 지주회사는 상장사 30%, 비상장사 50% 이상이 기준이다.
전체 계열회사 숫자 대비 지주회사와 자·손·증손회사 숫자의 비중을 뜻하는 지주회사 전환 대기업집단의 지주회사 편입률은 69.9%로 작년(69.4%)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지주회사의 계열사 총 652개 중 456개는 지주회사 체제 내에 보유하고 있었다. 나머지 196개는 지주회사 체제 밖에서 지배하고 있었으며 지주회사 전환 대기업집단별로 보면 평균 12.3개의 체제 밖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었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인 체제 밖 계열회사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집단은 GS(20개), 대성(15개), CJ(4개), SK(3개), LS(2개) 순이었다.
지주회사 전환 대기업집단 주요 지주회사의 경우 총수 지분율은 30.3%, 총수일가 지분율은 44.1%로 작년(총수 28.8%, 총수일가 42.9%) 보다 증가했다. 동일인이 직접 또는 친족과 함께 소유하는 지주회사가 81.5%로 대다수였지만, 계열회사를 통해 소유하는 지주회사도 9.8%나 됐다. 총수가 있는 지주회사 전환 대기업집단은 상대적으로 총수가 있는 일반 대기업집단보다 단순하고 투명한 출자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주회사 전환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비중은 평균 14.4%로, 민간 대기업집단(평균 12.3%) 보다 다소 높았다. 지주회사 체제 내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14.8%, 체제 밖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11.0%였다. 체제 내 회사의 내부거래비중이 높은 것은 사업관련성이 높은 회사들이 지주회사 체제 내에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 체제 밖 회사의 경우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20% 미만인 경우 내부 거래 비중은 9.53%에 그쳤지만, 50% 이상인 경우는 40.47%, 100%는 51.33%에 달했다. 지주회사 체제 밖에 약 30%의 계열사(금융사 포함)를 보유하고 있는 점도 투명한 출자구조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등 지주회사제도가 긍정적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체제 밖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부의 이전(터널링)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체제 밖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행위 등 사익추구 행위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