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김중수 총재의 ‘한은 폄하’ - 이진영 금융부 기자

입력 2013-10-1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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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한국은행에는 하루 종일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앞서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식당가에서 열린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한은 직원들을 ‘폄하’한 발언이 보도됐기 때문이다.

김 총재는 이날 한은이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권을 가져야 하냐는 질문을 받고 “중앙은행에 감독기능을 주면 망한다”, “금융감독 기능은 실력이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하고, 실력이 있는 곳에 가야 한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엄청난 지식이 있는 이들이 돕는데, 한은에는 그런 사람이 없다. 한은은 공부해야 한다” 등 발언을 했다고 한다.

많은 한은 직원들은 조직의 수장인 총재가 공개적으로 그것도 외국에서 자신들을 무시했다며 매우 불쾌해 했다. 급기야 신상준 한은 노동조합 위원장은 17일 오전 급히 성명서를 통해 “조직의 수장이 직원들을 무능하다고 하는 것은 자기 부정”이라며 “중앙은행 총재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발끈했다.

이에 이사, 국장 등 고참급 직원들은 김 총재가 늘 직원 역량 강화를 강조했던 바고, 거시건전성 감독에서 역량을 발휘해야 미시감독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총재의 발언을 이해해야 한다며 애써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김 총재에 대한 한은 직원들의 불만은 쌓일 대로 쌓여 쉽게 진정되지 않는 모습이다. 또 취임 초부터 대통령 브리핑 등으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크게 훼손했으며, 정부와의 정책공조 등을 이유로 금리 결정 과정에서도 시장의 신뢰를 상실해 오히려 김 총재가 한은 직원들의 긍지에 상처를 입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김 총재의 이번‘맨해튼 충고’는 직원 조회 시간에나 할 말이지 굳이 해외에 가서까지 할 말은 아니다. 또 임기 만료를 코앞에 둔 현재, 한은 직원들의 역량이 총재의 말처럼 부족하다면 이는 전적으로 수장인 그의 책임이다. 새로 취임한 총재나 할 법한 그의 발언이 ‘제 얼굴에 침뱉기’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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