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이 우리금융 계열사인 경남은행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경남은행이 중소기업 고객을 다수 확보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란 명분 하에 조준희 행장 직속 조직인 미래기획실에서 경남은행 인수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이에 BS금융, DGB금융, 경남상공인연합의 3파전으로 진행되던 경남은행 인수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여기에 신한금융, 하나금융 등 대형 금융지주사 역시 인수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어 오는 23일 예비입찰을 앞두고 경남은행의 새주인이 누구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남은행은 기업여신(18조원)이 가계여신(6조원)보다 많은 기업금융 전문 은행으로 분류된다. 경남과 울산에 총 143개 지점을 갖고 있어 중소기업 영업기반 확보에 적잖은 기회를 제공한다.
앞서 기업은행은 금융당국에 단독 인수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부산·경남지역 영업력 확보 차원에서 경남은행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며 “경남은행을 인수할 경우 지방에서 자금 조달이 취약했던 약점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권은 기업은행의 경남은행 인수전 깜짝 참여 의사가 정부와 사전 교감에 따른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TK(대구ㆍ경북)·PK(부산ㆍ경남) 지역대결 구도로 흐르고 있는 경남은행 인수전이 금융당국 입장에선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은행의 인수전 가세로 부산·경남 간 대립 구도를 피하면서 경남은행의 몸값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은행은 정부 입김이나 정치적 고려는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매각 일정이 나온 이후부터 검토 작업을 벌여 왔다”며 정치적 고려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한편 국책은행이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의 일환으로 시장에 나온 경남은행 인수에 나선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분 68.9%를 보유한 기업은행이 경남은행을 인수할 경우 공적자금 회수라는 본래 취지가 퇴색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