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추천위도 없이 후보 확정되는 나라- 강혁 부국장 겸 시장부장

입력 2013-09-0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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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권자가 논공행상(論功行賞) 인사를 하는 것을 놓고 무조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권력을 잡으면 공식적으로 새로 임명할 수 있는 자리가 도처에 생기는데 그곳에 자기 사람을 쓰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다. 전리품 챙기듯이 자리를 꿰차고 들어온 인사 중에선 그 자리에 꼭 필요한 유능한 사람도 있다. 낙하산 CEO에 대해 자질 검증을 한 결과 낙하산과 능력과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해당 기관 입장에선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내심 힘 있는 인물이 오는 것을 바라기도 한다.

문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연례행사처럼 진행되는 논공행상 인사가 너무 무질서하다는 것이다. 규칙도 없고 시스템도 없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인사가 좌우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대표적인 경우다.

거래소는 지난 5일 이사회에서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재구성했다. 6월 중순 이후 공모 절차가 중단돼 임추위원 7명 중 3명의 임기가 끝났기 때문이다. 임추위의 임무는 이사장 후보를 선정하는 것이다. 임추위가 후보를 선정하면 주총 결의를 거쳐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이사장을 임명하게 된다.

임추위의 이 같은 역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간에선 유력 인물이 거론되고 있다. 현 정권 대선캠프에서 활동했던 전력이 도움이 됐을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 사람’ 이란 이유로 임추위도 구성되기 전에 ‘보이지 않는 손’ 이 사실상 이사장을 낙점했다는 얘기다.

더 황당한 것은 임추위를 임추위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사장을 뽑기 위해 임추위를 구성하는 것을 형식적이고 요식적인 행위로 받아들인다. “어떻게 임추위도 구성하기 전에 유력하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냐” 고 물어보면 “다 형식적인 게 아니겠냐” 며 반문한다.

비단 거래소만 무질서한 게 아니다. 인사권자가 임명한 인사들이 윗선 입김으로 줄줄이 바뀌기도 하고 민간기업인데도 CEO가 사임 압력을 받기도 한다.

‘인사가 만사’ 라는 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 정권이 내건 그 어떤 모토보다도 중요한 게 인사를 잘하는 것이다. 국가경쟁력이 떨어지는 데는 복합적인 요인이 있겠지만 리더를 적재적소에 배치 못한 잘못도 있다. ‘생계형 CEO’가 조직의 리더가 되고 ELW가 뭔지도 모르면서 법원에 불려갔던 증권사 CEO가 있다는 것은 인사의 낙후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GE와 애플의 경우는 인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GE는 회장 후보군 리스트가 3000명이나 된다. 이중에서 500명을 추리고 다시 3명으로 압축하는 데 이사회는 이중 한 명을 후계자로 낙점한다. 준비된 CEO가 있다 보니 경영의 연속성이 있고 위기에 강하다. 반면 애플은 스티브 잡스의 건강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후계자가 없어 시장으로부터 싸늘한 평가를 받았다.

인사의 성공 요체는 선임 과정의 투명성이다. 역설적인 얘기지만 누가 CEO가 되느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어떤 과정을 거쳐 CEO를 고르냐가 관건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는 룰을 만들고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룰과 시스템을 만들었다면 그것을 지키려는 노력은 더 중요하다. 정부는 룰과 시스템이 다 갖춰져 있다고 항변할지 몰라도 지키지 않으면 없는 것보다 못하다. 룰과 시스템을 무시하면 통치권자의 지근거리에 있는 인사들이 활개 치게 되고 이러면 추한 권력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

선진 인사문화를 만드는 데는 통치권자 내지는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말로만 투명성을 외치지 말고 만들어 놓은 룰과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지시하고 관리해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무질서한 인사가 반복되는 것은 이제 끝내야 한다. 그래야만 국격(國格)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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