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불황형 흑자’ 깊어진다…적자가구 비율 역대 최저

입력 2013-08-2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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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월평균 소득 2.5% 증가…흑자율 26.9%

가계에도 불황형 흑자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지난 2분기 적자가구 비중은 통계 조사 이래 최저 수준을 보였다. 흑자율도 역대 2분기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소득이 늘어난 만큼 소비를 하지 않고 빚부터 갚았다는 얘기다.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위력을 실감케 한다.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당 월평균 명목소득은 404만1000원으로 작년 2분기보다 2.5% 늘었다. 물가상승분을 제외한 실질 소득기준으로는 1.3% 늘었다. 소득 증가율은 2009년 3분기 -0.8% 이후 3년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1.7%)을 기록한 지난 1분기에 비해 증가세로 전환됐다. 하지만 5~6%대 증가율을 보이던 작년에 견줘 여전히 가계소득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가계 소득 증가는 근로소득이 작년보다 3.4% 증가세를 보이고 공적연금수령액 증가(19.2%)에 힘입어 이전소득이 5.2% 늘어난 데 힘입은 바 컸다. 반면 이자소득 감소(-18.4%)로 재산소득은 4.1% 줄었다.

명목 소비지출은 월평균 315만원 7000원으로 작년 2분기보다 0.7% 늘었다. 직전 분기 1.0% 감소에서 오름세로 전환되기는 했지만 0%대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소비자들의 닫힌 지갑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항목별로는 에어컨 등 가전수요가 늘어 가전용품과 가사서비스 지출이 9.1%로 가장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주택수선비와 주거비 상승으로 주거·수도·광열도 6.5%나 증가했다. 캠핑 붐의 영향으로 오락문화 지출도 3.2% 늘었다. 교육(0.9%)은 정규교육(-20.2%) 부문의 지출 감소로 소폭의 증가율을 보였고, 영유아 보육로 지원으로 어린이집 등 복지시설(-57.8%)이 포함된 기타상품·서비스(-8.2%)도 지출이 축소됐다. LTE 무한요금제, 망내 무료통화요금제 실시로 통신비도 1.4% 감소했다.

비소비지출은 75만3000원으로 4.1% 늘었다. 연금기여금(4.5%)와 사회보장지출(5.3%)가 증가한 탓이다.

1분기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28만7000원으로 2.1% 증가했다. 저축능력을 보여주는 흑자액은 88만4000원을 기록, 1년 전보다 6.1%늘어났다. 처분가능소득에서 흑자액이 차지하는 흑자율은 26.9%로 지난 2003년 이후 2분기 기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늘어난 소득만큼 쓰지 않아 흑자액이 상대적으로 많아졌다는 의미다. 일종의 ‘불황형 흑자’인 셈이다. 소비지출을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평균소비성향은 73.1%로 1.0%포인트나 감소했다. 특히 적자가구 비중은 전년동기 대비 1.4%포인트 하락한 22.1%로 전국가구 기준 조사를 시작한 2003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분배 측면에서는 저소득층의 소득이 크게 늘어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눠 소득 격차를 보여주는 소득 5분위 배율은 2003년 이후 가장 개선된 4.68배였다. 이는 2분기 기준으로 봤을 때 뿐만 아니라 모든 분기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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