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자금대출의 시장 홀대론이 좀처럼 수그러 들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의 확대 주문에 은행권이 잇따라 월세자금대출 상품 출시를 예고하고 있지만 대출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월세자금대출이 대부분 신용대출로 이뤄져 금리 면에서 이점이 없는데다 이용할 수 있는 대출자도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 4개월 동안 2개 은행에 단 10명밖에 찾지 않은 월세자금대출 규모가 이를 방증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주거 취약계층의 월세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출시하도록 은행권에 주문했다. 전세와 연동하는 월세마저 들썩이자 임차료가 부족한 서민이 손쉽게 돈을 빌리도록 자금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다. 그러나 정치권의 압박과 여론의 흐름에 못 이겨 금감원이 '보여주기식 대책'을 내놓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월세대출을 다루는 은행은 우리은행(우리월세안심대출)과 신한은행(신한월세보증대출) 등 두 곳뿐이다. 지난 3월 말과 4월 초에 출시돼 우리은행이 5명에 4700만원을, 신한은행이 5명에 5400만원을 빌려줬다. 4개월간 실적치고는 초라한 것으로 평가된다.
월세자금대출은 신용대출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무엇보다 대출금리를 낮게 책정해야 하는데, 보증기관의 보증서를 이용할 수 있는 전세자금대출과 달리 월세자금대출은 담보가 약해 사실상 신용대출과 금리가 비슷하다. 신한, 우리은행의 월세자금대출 금리는 4~6%대 후반이다. 보증서를 이용한 전세자금대출 금리(3~4%대 후반)보다 1%포인트 이상 높다.
때문에 월 소득으로 임차료도 내지 못할 정도라면 어쩔 수 없이 대출금리가 높아져 수요자로선 있으나 마나 한 상품이 되기 십상이다. 또한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대출 자격도 한정돼 있다. 은행과 거래할 수 있는 신용등급이 1~6등급으로 제한돼 있어 이보다 낮은 저신용층의 경우 이용할 수 없었다.
이에 최수현 금감원장은 지난 19일 임원회의에서 "월세대출 종합 개선방안을 강구해달라"고 당부했다. 기존 상품과 비슷하게 아파트, 일반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등에 반전세(보증부 월세)를 포함해 5000만원까지 마이너스대출 형태로 대출하는 방식이다. 또 신용등급을 9등급까지 확대하거나 대출 한도를 더 늘리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금감원장의 '한 마디'로 시작된 월세대출 활성화는 그러나 기대와 달리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월세대출은 신용대출과 구조적으로 다르지 않은데, 저신용자가 신용대출을 받으려면 결국 고금리를 물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