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과도정부가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 시위대 해산 과정에서 유혈사태가 발생하자 한달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과도정부 수반인 아들리 만수르 임시대통령은 이날 국영TV에서 방송된 성명에서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군과 경찰은 치안 확보와 공공ㆍ민간 자산, 시민 보호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지시했다.
이집트 내각도 별도 성명에서 “추가 통보가 있기 전까지 카이로와 기자 알렉산드리아 등 주요 도시를 포함한 14개 주에서 매일 오후 7시부터 그 다음날 오전 6시까지 통행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비상사태로 이집트 전국에서 시위가 전면 금지되며 군 병력이 치안 유지에 투입될 수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부통령은 이날 “피할 수도 있던 유혈사태가 벌어진 것에 책임을 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전격적으로 사임했다.
이집트 보건부는 이날 유혈사태로 최소 278명이 사망하고 14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망자 가운데는 외국인 기자 최소 2명과 무슬림형제단 지도자인 무함마드 엘벨타기의 10대 딸도 포함돼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번 사태는 이미 예고된 비극이라는 평가다. 군대의 개입으로 지난달 3일 무르시가 축출되자 무슬림형제단과 동맹 세력은 무르시가 복권될 때까지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군부의 지지를 받는 과도정부는 치안을 위협하는 무기한 농성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과 유럽 외교관들이 이날 유혈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이집트 군부 수장인 압델 파타 엘시시 국방장관과 이슬람 지도자들의 협상을 중재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실패로 끝났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 등 세계 각국은 이집트 군경의 유혈진압을 비난하며 비상사태 선포에 반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