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論]자리 잡아가는 전자단기사채- 김경동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입력 2013-08-1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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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배가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달하기 위해서는 지도, 나침반, 식량 등 여러 가지 물품들이 필요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항해사들의 열정이라고 할 수 있다.

자본시장에서 전자단기사채 제도라는 새로운 배가 지난 1월 거친 바다를 향해 출항했다. 투자자 보호와 발행회사의 단기자금 조달 편리성 지원을 위해 효율성과 투명성을 동시에 갖춘 선진화된 제도이지만 순항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선진화된 단기금융시장이라는 목적지 도달을 위해 모든 제도 관계자와 참가자들의 열정과 노력으로 현재 순항 중이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우리나라 최초의 전자증권인 ‘전자단기사채’는 지난 6일 기준 발행 누적액 10조원을 넘어섰다. 전자단기사채는 기업어음(CP)의 단기자금 조달이라는 경제적 기능은 유지하면서 실물발행에 따른 비효율성, 발행·유통 정보의 불투명성 등 현재 기업어음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제도로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다.

도입 초기 여러 가지 제도적 미비로 인해 발행회사와 투자자 모두로부터 외면당한 것도 사실이지만, 정부의 강력한 인센티브 정책과 CP에 대한 규제 강화 정책 병행 그리고 이에 대한 시장 참가자와 투자자들의 긍정적 반응이 융합하면서 최근 발행량이 급증하고 있다.

전자증권 형태 발행으로 발행회사는 절차적·비용적 부담 감소와 실물의 인수도 없이 신속한 자금조달이 가능해졌다. 특히 지방 소재 기업이라도 등록기관 시스템을 통해 물리적 공간의 제약 없이 편리하고 신속하게 전국 모든 금융기관과 증권대금 결제가 가능하다.

이는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기업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2014년부터 제2금융권의 콜시장 참여가 전면 제한될 예정으로, 이러한 기관들에 신속성과 안정성이 보장된 콜머니 차입 대체 수단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전자적 발행으로 각종 발행 및 실물 인수도 비용감소와 위·변조 리스크 제거가 가능해 연간 256억원의 실물 관련 사회적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진일보한 자금조달 방법으로 발행회사는 자금의 조달, 결제, 운용 및 시장의 각종 정보를 네트워크화해 BPR(비즈니스 프로세스 효율화)을 통한 재무구조 선진화도 가능해졌다.

기업어음과 달리 전자단기사채는 분할 유통이 가능해 개인의 자금 수요에 맞는 투자로 인해 유통시장 또한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발행 정보도 등록기관이 운영하는 정보공개 시스템인 세이브로(SEIBro)를 통해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공개돼 체계적 정보 접근이 가능한 투자자의 안정적 투자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회사에는 이러한 수요를 바탕으로 신규 단기금융상품 개발의 유인책으로 작용하게 되고 이 같은 연결고리는 발행회사의 단기자금 조달을 더욱 용이하게 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금융위기 때마다 일부 한계기업에 의한 기업어음 발행으로 투자자 피해 양산과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를 반복적으로 경험해 왔다. 기업이 창조적 기업 활동을 펼쳐 가기 위해서는 장기자금 조달을 위한 주식, 채권 이외의 단기자금 조달 영역의 지원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전자단기사채야말로 단기금융시장 선진화를 통해 이러한 해답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제도라 할 수 있다.

해외 금융선진국들은 IT기술을 바탕으로 한 금융의 전자화 트렌드를 통해 질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미국, 일본, 유럽은 이미 단기금융시장에 전자단기사채 제도가 잘 정착돼 단기금융시장 선진화의 유용성이 검증됐다.

반면 우리나라의 전자단기사채 제도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고 단기금융시장으로 한 걸음 걸어 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모든 시장 참가자의 뜨거운 열정을 통해 전자단기사채 제도가 하루빨리 단기금융시장의 스마트 금융시스템으로 자리 잡아 기업·금융기관·투자자 모두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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