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지 3개월여 만인 오는 6일 판문점에서 공단 문제 해결을 위한 당국 간 실무회담을 열기로 4일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북측이 지난 3일 개성공단 입주기업 및 우리 측 관리위 인원의 방북을 허용하겠다고 통보해온 데 대해 우리 정부가 실무회담을 역제안하면서 이뤄졌다.
합의 과정에서 북측은 남측과 통신선이 끊긴 개성에서 회담을 열 것을 고집했지만 우리 정부는 “중립장소를 원한다”며 맞서다 결국 판문점에서 열게 됐다.
북한이 남북당국회담의 취소를 일방적으로 통보한 지 23일 만에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인 건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도 남북대화가 불발될 경우 입을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개성공단 문제에 있어 상당히 진전된 합의가 예상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번 회담의 의제는 △개성공단 시설 및 장비점검 문제 △완제품 및 원부자재 반출 문제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 문제 등이며, 모두 우리 측 제안을 북한이 받아들였다.
지난 당국회담 불발의 직접적 원인이 됐던 양측 참석자의 ‘격’ 문제도 이번에는 별 탈 없이 지나갔다. 남측에서는 국장급인 서호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을 수석대표로 하는 3명의 대표를 내보내기로 했고, 북측에선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을 단장으로 3명의 대표가 나온다.
회담 의제 중 공단의 시설 점검과 완제품 및 원·부자재 반출 등 2가지 의제는 비교적 수월하게 타결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실질적 성과를 낼 경우 여세를 몰아 금강산 관광, 이상가족 상봉 등을 다루기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도 계속해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 간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지만 무분별하고 무원칙한 대북 정책은 없을 것이라는 것 하나만은 확실하다”고 말해 남북 대화의 원칙을 재확인했다.
실무회담 합의로 개성공단 문제가 상당부분 풀릴 것으로 예상됨에도 해결되기까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번처럼 공단 중단사태 재발방지를 위한 남측의 주장과 관련해 양측이 공단의 폐쇄 책임을 두고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정치적 이유로 개성공단을 폐쇄시켰고, 앞으로 재가동된다 하더라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개성공단의 운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북측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과 우리 정부와 정치권, 언론 등이 북한에 적대적이고 자신의 최고지도자에 대한 모독 등이 공단 폐쇄의 원인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