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氣 살리자]‘서비스=공짜’ 시각 팽배… 금융서비스 인식 전환 절실

입력 2013-06-19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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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 기고

몇 해 전 한 후배가 불평하듯 던진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은행 무인 점포에는 일하는 사람도 없는데 현금 인출 수수료가 너무 비싼 것 아닌가요.” 자세히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그냥 넘어갔지만 두고두고 생각나게 하는 말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얼마 전 공개된 한국금융연구원 산업연구실 분석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무인점포를 가장 많이 보유한 은행의 경우 ‘엄청난(?)’수수료 수입에도 불구하고 ATM 기기 한 대당 연 150만원의 손실이 나고 있다.

물론 이 손실은 명시적 비용과 수익을 고려한 것이므로 ATM 기기를 통해 은행들이 암묵적으로 얻는 이익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수수료가 ‘너무 비싼’ 수준이 절대로 아니라는 점이다. 우선 무인점포는 소위 몫 좋은 대로변에 위치해 있어서 임대료가 엄청나고 냉난방을 위한 전기료도 상당하다. ATM 기기 자체도 꽤 비싸고 유지비로 상당하다. 현금이 부족하지 않도록 수시로 현금을 기계마다 채워 넣어야 하는 이유로 인건비도 꽤 들고 도난 위험 등에 대비해 양질의 안전감시망도 작동시켜야 한다.

그러고 보면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원가가 상당히 드는 데도 이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높지 않다. 후한 평가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음식점에서 공짜로 음식 한 접시를 제공할 때 “이거 서비스로 드리는 거예요”라는 말을 한다. 광범위한 의미의 금융서비스 부문 종사자 입장에서 그런 말을 들으면 뜨끔뜨끔할 때가 있다. ‘서비스’라는 말이 ‘공짜’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보니 ‘금융 서비스’에 대해서도 그다지 후한 평가가 나오기 힘든 것이다.

금융위기 발생 이후 5년여가 지나고 이제 서서히 위기의 그림자가 걷히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상존하고 있다.

미국의 회복도 더디고 중국은 7%대로 성장률이 감소한 상황이다.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불확실하고 유럽은 아직도 성장률이 마이너스인 상황이다. 우리를 둘러싼 상황이 부정적이다 보니 우리 경제도 영향을 받은 채 저성장·저금리 국면으로 서서히 진입하고 있다.

더구나 위기의 여파로 금융시스템 전반에 대한 비판적·공격적 분위기가 아직도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금융회사는 은행, 증권, 보험 할 것 없이 모두 순이익이 줄어들고 있다. 은행의 경우 예대마진도 급격히 줄어든 데다가 수수료도 인하시켜야 하는 상황이 오면서 은행 수입의 양대 축이 무너지고 순익은 자꾸 줄고 있다. 작년 1분기의 경우 은행 순익이 3조3000억원이었는데 올해의 경우 1분기 순익이 1조8000억원 정도로 거의 반토막 났다.

경제 위기의 부정적 여파 지속, 금융에 대한 부정적 시각 확산, 서비스에 대한 평가와 인식부족 등의 요인이 겹치면서 우리의 금융산업은 서서히 ‘빙하기’로 접어드는 느낌이다. 이제 제대로 된 계기를 찾지 못하면 수익성이 훼손되면서 건전성도 영향을 받게 되고 그 부작용이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마저 농후하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지만 우선적으로 금융산업에 대한 일반의 시각을 다소라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금융의 중요성은 물론 우리 금융이 미국 금융산업 대비 훨씬 위기를 잘 극복한 부분에 대한 체계적인 지적 등 정부와 민간을 포함한 다방면에서의 다양한 조치가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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