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그림이 있는 골프]자연이 낳은 골프장

입력 2013-06-1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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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삽화 방민준(골프칼럼니스트)

“인간의 지혜로 발명한 놀이 중에 골프만큼 건강과 보양, 상쾌함과 흥분, 그리고 지칠 줄 모르는 즐거움을 주는 것도 없다”(전 영국 총리 아더 발포어). “남성에게 있어 매력적이면서 불가사의한 것 세 가지는 형이상학과 골프, 그리고 여자 마음이다”(영국의 명골퍼이자 작가 아놀드 홀틴).

이런 극찬을 들어온 골프가 환경문제에서만큼은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환경파괴의 주범 중 하나로 인식돼 환경운동가들의 공격 표적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프로골퍼들의 대활약에 환호를 보내고 TV 골프채널을 열심히 시청하는 사람들조차 골프의 환경적 영향에 대해선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

과연 골프는 태생적으로 환경 파괴와 불가분의 관계일까.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골프의 메카’라고 자랑하는 세인트 앤드류스 올드코스를 보고 나면 왜 이곳에선 골프, 그리고 골프장이 논쟁의 대상이 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이나 한국 동남아의 잘 손질된 코스에 익숙한 사람들은 북대서양의 파도가 밀려드는 해안가 모래언덕과 넓은 초원에 조성된 세인트 앤드류스 골프코스를 대하곤 잠시 당황한다. 인공이 배제된 황무지를 그대로 활용한 골프코스이기 때문이다.

1700년대의 세인트 앤드류스의 골프코스는 황무지로, 잔디도 잘 자라지 않았고 폭이 좁은 페어웨이와 조잡한 그린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골프장 측은 지금도 6세기 동안 이 코스에서 골프시합이 열렸지만 한 번도 코스에 인공적인 디자인이 가미된 적이 없고 대부분 세월의 흐름에 따른 자연적인 지형 변화가 그대로 적용된 코스임을 자랑하고 있다. 모래와 잔디, 잡목이 우거진 언덕으로 이어진 링크스(links) 지형 특성상 양떼를 방목하는 목적 외에 쓸모가 없는 황무지를 골프코스로 활용한 것이다. 들토끼들이 잔디를 깎아 먹어 평탄하게 된 곳을 그린(Green)이라고 불렀고, 양떼들이 밟아 평탄해진 넓은 길을 페어웨이(Fair way)라고 불렀다. 오늘날의 그린과 페어웨이의 원형이다.

세인트 앤드류스 올드코스가 말없이 웅변하는 ‘자연 상태 그대로’의 철학은 골프규칙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완전한 골퍼(Perfect Golfer)’라는 명저를 남긴 영국의 헨리 뉴턴 웨더렛은 ‘골프에서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다’는 스코틀랜드 격언을 근거로 골프 규칙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수백 년이나 앞서 존재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사람들은 골프에 대해 두 가지 철칙을 지켰는데 그것은 ‘자기에게 유리하게 행동해서는 안 된다’, ‘어떤 사태가 벌어지더라도 볼이 있는 그대로에서 플레이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한다. 이 원칙을 지키지 않는 골퍼에겐 추방이라는 제재까지 가해졌다.

환경파괴 논란이나 규칙을 둘러싼 다툼도 극히 자연친화적인 ‘자연상태 그대로’의 철학을 망각한 데 따른 부작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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