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머리 외국인]증시를 흔드는 ‘두 얼굴’

입력 2013-06-0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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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 세워 ‘외국인 투자’ 행세… 검은거래 ‘빙산 일각’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해외법인 등 차명계좌를 동원해 계열사 주가를 조직적으로 부당 관리한 정황에 대한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를 계기로 ‘검은머리 외국인’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27일 내놓은 외국인투자자 증권매매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 4월말 현재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투자자는 3만6331명으로 나타났다.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투자자 규모는 미국이 1만2163명으로 가장 많았고 일본이 3444명으로 뒤를 이었다. 또한 최근 조세피난처 논란으로 유명해진 케이맨제도가 2796명으로 3위를 기록했다. 지난 2006년 2만명을 넘어선 이후 매년 2000~3000명씩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케이맨제도의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는 국내 주식과 채권은 총 7조6500억원에 달했다. 주식이 6조5650억원, 채권이 1조850억원이다. 하지만 투자액수는 다른 조세피난처가 훨씬 많다. 비밀계좌로 유명한 스위스에 계좌가 있는 투자자의 국내 증시 투자 규모는 4월 말 현재 9조9940억원, 페이퍼컴퍼니가 많은 홍콩에서의 투자액은 7조9390억원이다. 다른 조세피난처인 룩셈부르크 국적의 투자자는 42조4480억원, 싱가포르 국적 투자자는 22조5170억원어치의 주식과 채권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증시에서는 이중 상당수는 무늬만 외국 국적인 한국인(법인 포함)으로 추정하고 있다. 때문에 통계로 집계되는 것은 ‘새 발의 피’일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이들이 선호하는 투자 채널은 정보 공개가 까다로운 국가의 비밀계좌를 이용하거나 조세회피지역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이를 통해 투자하는 것이다. 또 일반 사모펀드를 구성해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역외 헤지펀드에 베팅하는 방법도 있다.

이들이 증시에서 활개를 치는 것은 외국인을 가장할 경우 시세조종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주식을 사들이면 마치 외국계 자금이 유입된 것처럼 보여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개미투자자들이 추종 매수에 나서는 순간 물량을 대거 팔아치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은 조금 시들해졌지만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외국인 투자금 유치는 주가를 급등하게 하는 원동력 중 하나였다”며 “지금도 중소기업은 외국인 투자 유치를 목말라하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CJ 이 회장의 경우를 보더라도 거액 자산가 입장에서는 자산 가운데 일부를 해외에 숨겨놓으려는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 세금을 피하고 좀 더 자유롭게 자산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기업의 향후 전망이 좋을 경우 이 자금은 외국인 투자자금인 것처럼 꾸며져 회사에도 투자된다. 오너인 만큼 기업의 전망을 잘 알 수 있어 투자 수익률이 높다. 만약 회사 상황이 좋지 않을 경우에는 대출회사를 세워 금융 거래시 발생하는 이자 수익을 가져 가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검은 머리 외국인을 파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신고서에 나오는 국적만 갖고는 진짜 외국인인지 한국인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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