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정부의 창조경제에 투자로 화답했다. 향후 10년간 1조5000억원, 현 정부 집권기에만 7500억원을 출연해 기초과학과 소재기술, 정보통신기술 등을 육성할 방침이다.
13일 삼성그룹은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과 연계해 10년간 1조500억원을 출연하는 사업 계획을 내놨다. 새 정부의 경제 성장전략 키워드인 창조경제에 부합하면서 삼성의 경영전략과 맞물리는 분야를 집중 육성한다는 것. 삼성을 시작으로 창조경제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가 시작되면서 다른 주요 기업들도 이 같은 대열에 속속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10년간 총 1조5000억 출연= 삼성은 구체적으로 3대 미래기술 육성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4개 기초과학 분야 △소재기술 △정보통신기술(ICT) 융합형 창의과제 등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키 위해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을 설립한다. 재단을 통해 향후 10년간 1조5000억원을 출연할 예정이다.
1차로 올해 3000억원을 포함해 2017년까지 5년간 총 7500억원을, 2차로 2022년까지 추가로 75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1차 출연은 현 정부가 집권하는 기간 동안에 실시하고, 2차 출연은 미비점을 보완해 다음 정부 출범 후 이어 나가겠다는 의미다.
삼성의 이같은 계획은 민간 기업으로서 ‘창조경제’로 대변되는 현 정부의 정책에 적극적인 동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본격적인 투자를 앞세운 삼성이 정부의 경제정책에 화답하기 시작했다는 현상 자체가 의미가 크다.
◇재계, 새 정부 경제정책에 본격 화답하나= 그 동안 삼성을 비롯한 주요 대기업들은 세계 경제불황과 엔저, 북핵 등 악화된 경영 여건과 불 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망설여왔다.
실제로 삼성은 올 들어 신규 시설투자를 추진하지 않고 있다. 다른 대기업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LG와 현대차 정도가 투자 규모를 확정했거나 추가 투자의사를 내비쳤다.
하지만 방미 이후 주요 대기업들이 투자 활성화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재계 총수들이 박 대통령에게 어떤 식으로든 화답할 가능성이 컸고 이날 삼성의 투자발표 역시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이건희 회장은 워싱턴 D.C에서 지난 8일(현지시간) 열린 박 대통령과의 간담회를 통해“창조경제의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는데 최선을 다하고 투자와 일자리를 최대한 더 늘려서 우리 경제를 튼튼히 하는데 앞장서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중소기업 및 참여업체와 동반성장을 적극 추진해 상생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산업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역시 “투자고용과 창조경제에 공감하며 앞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함은 물론 투자와 고용에도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실제로 방미 직후 삼성의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설립 계획이 나와 그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때문에 조만간 재계 주요기업들이 추가적인 투자 또는 새 정부의 창조경제에 화답하는 대안을 내놓을 것으로 재계는 분석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밝힌 1조5000억원은 어떤 방식으로든 다른 기업들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수치”라고 말하고 “구체적인 시점은 나오지 않았으나 조만간 순차적으로 추가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